1990년대 대학 영화 동아리 회원들이 꼭 봤던 ‘대만 영화’가 몇 개 있다. 허우샤오셴 감독의 (1989)와 에드워드 양 감독의 (1991)이 대표적이다. 대만 사회를 38년간 억누르던 계엄령이 해제된 1987년 이후에야 나온 영화였다. 대만의 젊은 영화인들은 시대를 비켜 가지 않았다. 는 대만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1947년 2·28 사건을 다뤘고, 은 ‘백색테러’(공권력의 테러)가 자행되던 1960년대 불운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세계 영화계는 주목했다. 프랑스 ‘누벨바그’처럼 1990년대 초반 대만 영화는 ‘뉴웨이브’라는 이름을 얻었다. 새로운 물결의 대표작인 은 1995년 영국 방송 《BBC》가 발표한 ‘21세기에 남기고 싶은 영화 100편’에 뽑혔다. 리스트 가운데 유일한 대만 영화였다. 20년 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영화 베스트 100’을 발표하며 톱 10에 을 포함했다. 은 지난해 11월 대만 개봉 26년 만에 한국에서 개봉했다. 서울 필름포럼 등 전국 각지의 예술영화관에서 1월 말까지 상영 스케줄이 잡혀 있다.
지난해 초 대만에서는 분위기를 풍기는 인디게임이 나왔다. 1960년대 백색테러의 피해를 본 대만 중학교를 배경으로 한 호러게임 (Detention)였다. 장제스 정권이 금지한 책을 몰래 읽다 발각돼 재판에 회부돼 고문받고 처형된 선생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교차한 스토리와, 다양한 메타포(은유)로 정적이면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인 것이 동양은 물론 서양 게이머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으로 출시된 의 반향은 국내외에서 컸다. 대만 최대 게임 전시회 타이베이게임쇼에서 ‘베스트 디자인’ 부문 수상작이 됐고, 중국의 인디플레이에서는 ‘베스트 내레이션 상’을 탔다. 세계 최대 인디게임 행사 중 하나인 미국 인디케이드에서 ‘저니 어워드’를 받았다. 역대 대만 게임 사상 최고의 성과였다. 는 현재 영화로 제작 중이며 TV 드라마로 나오는 것도 확정됐다.
개발자 6명이 만든 는 ‘레드캔들게임즈’(Red Candle Games)의 첫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게임을 하며 자라난 개발자들은 정작 자국의 문화가 게임 속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안타까워했다. 는 대만 고유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려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세계인이 모두 공감할 만한 ‘자유’를 주제로 잡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개발자들이 대만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얘기할 때 ‘백색테러’로 명명된 계엄령(1949~87) 시대를 빼놓을 수 없다고 본 게 흥미로웠다. 그들은 여러 자료를 찾았고 은 주요 참고 자료였다. 게임 흥행과 함께 ‘백색테러’나 ‘계엄령’ 등을 몰랐던 10~20대 대만 게이머들이 대만 현대사를 알게 되는 뜻밖의 성과가 나온 배경이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등 우리 근현대사를 다룬 굵직한 영화가 봇물을 이뤘다. 대만이나 중국의 젊은이들은 한국의 이런 영화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영화보다 수출액이 훨씬 앞서는 한국 게임 생태계에는 같은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는 개발자 6명이 2년 동안 만든 게임이다. 나는 한국에 더 재능 있고 경험 많은 개발자가 적지 않음을 안다. 한국 역사에도 대만의 ‘백색테러’처럼 잊지 않아야 할 장면이 많다. 2018년이 지나가기 전, 한국에서도 같은 시도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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