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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의 힘

베끼기 오명 딛고 끊임없이 ‘그다음’ 준비하며 강자로 올라선 텐센트
등록 2018-09-01 12:18 수정 2020-05-03 04:29
텐센트 누리집 갈무리

텐센트 누리집 갈무리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아시아 국가의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다. 글로벌 브랜드 가치 평가(브랜드Z)에서는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5위다. 한국에서는 텐센트를 저평가하는 이들이 꽤 있다. 성공은 인정하지만, 그 과정이 좀 거시기하다는 거다. 베끼기 혹은 벤치마킹이 초기 성공에 큰 역할을 했고, 이후 성장은 한국 게임의 덕이 크다는 거다.

텐센트의 모태인 QQ 메신저는 이스라엘 벤처가 개발한 ICQ를 개조한 것이었고, 인기와 함께 수익까지 갖다준 ‘QQ쇼’ 역시 싸이월드의 아바타 꾸미기를 본뜬 것이었다. 초기 캐주얼 게임의 전략도 다르지 않다. 넥슨의 를 닮은 《QQ스피드》, 와 비슷한 《QQ탕》, 과 흡사한 《QQ현무》 등. 그 후에는 한국 게임 수입을 잘한 덕이 컸다. 2008년 나란히 출시한 한국 게임 와 덕분에 중국 게임업계 1위가 됐다.

의 성공은 의외였다. 한국에서 망했던 게임이 중국에서 훨훨 날았다. 2009년 동시접속자 100만 명, 2010년 200만 명을 돌파했고, 2012년 9월에는 420만 명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죽다 살아난 한국 개발사 스마일게이트는 3N(넥슨, 넷마블, 엔씨)에 필적하는 게임사가 됐다. 성공 비결로는 개발사의 절박함과 황금색 용 모양이 휘감겨진 총 같은 희한한 ‘로컬라이제이션’이 주로 언급됐다.

텐센트가 자체적으로 의 성공을 보는 관점은 이와 조금 달랐다. 그들 스스로 꼽은 성공 요인은 ‘넥스트’(NEXT)였다. 와 이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중국 게임 시장을 지배하던 2000년대 후반 ‘약자’ 텐센트는 그다음을 준비했다. 초고속통신망의 확산에 따라 총쏘기 장르(FPS)가 인기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에서 와 의 인기를 확인한 후였다. 로 중국에서 그런 예측을 재확인한 셈이다.

도 ‘넥스트’에 대한 텐센트의 시각이 반영된 게임이다. 는 2009년 10월 미국에서 출시됐다. 텐센트는 재빠르게 AOS(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에 RPG 요소가 결합된 것) 장르의 폭발력을 간파했다. 2011년 초 의 개발사 지분 90%를 확보했다. 2010년대 는 중국과 한국 등의 온라인게임에서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에 대한 텐센트의 행보도 비슷하다. 2012년 카카오 게임센터의 흥행을 들여다본 텐센트는 1년1개월 뒤 위챗 게임센터를 열었다. 중국 모바일게임 플랫폼 1위에 올라섰다. 이후 넷마블 등의 지분을 인수했다.

2015년 이후 텐센트는 국내 게임에 과거와 같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와 는 여전히 인기지만, 그에 필적할 만큼 중국에서 성과를 거둔 한국 게임이 나오지 않았고, 모바일에서 한국 게임의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텐센트 게임의 다음 ‘넥스트’는 어디에 있을까?

2017년 4월 텐센트는 게임 플랫폼 ‘위게임’(Wegame)을 선보였다. ‘스팀’처럼 컴퓨터게임을 내려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텐센트는 같은 해 말 ‘위챗 미니게임’을 열었다. HTML5 게임을 내려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양산화된 모바일게임에 많은 사용자가 지쳐 있는 것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텐센트는 그 돌파구로 게임 본연의 재미에 집중하는 컴퓨터게임과 미니게임을 넥스트로 보는 셈이다. 텐센트 산하 ‘NEXT 스튜디오’도 수익성보다 게임성에만 초점을 두는 스튜디오로 알려졌다.

더 이상 한국 게임을 벤치마킹했던 텐센트를 이야기할 때는 아닐 듯하다. 이제 한국 게임사가 텐센트를 벤치마킹할 때가 아닐까?

임상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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