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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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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일까 최악일까

호불호 엇갈리는 <위처3>와 <검은사막>…

게임 너머 현실 세상과 오버랩
등록 2018-03-29 11:32 수정 2020-05-03 04:28

최고일까, 최악일까. <위처3>(왼쪽)와 <검은사막>. <위처3> 공식 누리집/ <디스이즈게임>

최고일까, 최악일까. <위처3>(왼쪽)와 <검은사막>. <위처3> 공식 누리집/ <디스이즈게임>

“당신 인생 최고의 게임은 무엇입니까? 최악의 게임은 무엇입니까?”

내가 속한 매체에서 신입기자를 뽑을 때 꼭 물어보는 질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다소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기자 지원자 두 명이 같은 게임을 각각 ‘최고의 게임’과 ‘최악의 게임’으로 꼽은 것이다. 그 게임은 2015년 폴란드 CD프로젝트가 발매한 (이하 )였다.

는 2015년 최고의 게임으로 꼽힌다. 그해 최다 GOTY(Game of the Year·올해의 게임) 수상작으로 뽑혔다. 257개 매체와 시상식에서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했는데, 이는 역대 GOTY 최다 수상작 기록이다. 상업적으로도 1천만 장 이상 팔렸고, 폴란드의 개발사는 세계적 지명도를 얻었다.

를 최고의 게임으로 꼽은 지원자는 방대한 세계관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 캐릭터 각각에 입힌 사연과 엔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분기점 등을 선호 이유로 꼽았다. 반면 최악의 게임으로 선택한 지원자는 다양한 호평 때문에 플레이를 시작했지만, 확실한 목적이 없는 게임의 전개 때문에 막막함을 느꼈다고 했다.

한 게임에 대한 상반된 의견처럼 두 지원자의 게임 이력은 무척 달랐다. 특히 를 최악으로 꼽았던 지원자의 게임 이력은 대부분 국내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많은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같이 게임을 즐기는 롤플레잉게임)가 차지하고 있었다.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 취향의 다양성은 마땅히 인정받아야 할 가치니까.

하지만 국내 게임 생태계의 한 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 흥행 중인 국내 모바일 RPG에서 나타나듯, 상당수 인기 게임은 ‘성장’과 ‘과시’에 초점을 맞춘다. 많은 유저가 가장 효율적인 레벨업 공략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일부는 더 강한 능력치를 더 빨리 얻기 위해 현금을 과다하게 지르는 것도 마다지 않는다. 확률형 아이템을 채택한 게임의 매출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2014년 출시한 MMORPG 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각광받았다. 그런데 3월 현재 국내 PC방 순위는 19위에 머물고 있다. 2017년 기준 전체 매출의 84%가 국외에서 들어왔다. 왜 그럴까? 기자 지원자 중 한 명(박수민)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동의를 얻어 여기 적는다.

“은 확실히 불친절한 게임이었다. 데미지는 표기되지 않았고, 몬스터의 체력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었다. 매물을 구입하고자 반나절을 경매장 앞에 죽치고 있었고 텔레포트(순간이동)가 없어 일일이 뛰거나 말을 타고 다녀야 했다. 그럼에도 무언가 끌어당기는 맛이 있었다. 지나가는 이름 모를 오크에게도 집이 있고 사연이 있다. 각 캐릭터가 그 무기를 든 계기가 있다. 필라쿠 감옥에 왜 카프라스 추종자가 있는지 이유가 있다. 어느 섬 근처에서 어떤 물고기가 잘 잡히고, 카마실비아와 아두아나트가 함께 업데이트된 이유가 있다. 기계적인 게임 구성뿐 아니라 게임의 색을 입히고 살을 찌우는 설정과 이야기가 참 중요하다. 은 그런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에 대한 야박한 평가, 국외에 비해 저조한 의 국내 상황은 게임 너머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생각하게 했다. 토익 점수 등으로 표기되는 스펙을 쌓기 위해, 또는 가족 생계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가 놓치는 것에 대해.

임상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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