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세계를 ‘멘붕’에 빠뜨렸다. 미국이 갑작스레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것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를 ‘존재하지도 않는’ ‘완전한 사기’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트럼프도 그중 하나였다.
트럼프의 생각과 반대로, 지난 3월 세계은행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50년까지 약 1억4천만 명이 국경 내에서 이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현재 유럽의 정치 지형을 바꿔놓는 내전 난민보다 훨씬 더 큰 규모다. 난민 혐오 정서가 득세하는 상황, ‘기후 난민’ 문제까지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2004년 개봉한 영화 는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류의 흐름이 바뀌고, 결국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나 북반구가 빙하로 뒤덮이는 미래를 그렸다. 헬기의 연료가 얼어 추락하고, 차 안의 사람들이 그대로 얼어 죽고, 한기가 무서운 속도로 주인공을 쫓아오며 주위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장면 등은 관객석마저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후에도 급격한 기후변화나 빙하기를 배경으로 (2009), (2013) 같은 영화들이 개봉했다.
게임은 조금 늦었다. 지난 4월 빙하기를 다룬 게임 가 글로벌 게임플랫폼 스팀에서 출시됐다. 폴란드 ‘11비트스튜디오’가 개발한 이 게임은 19세기 말 빙하기가 찾아온 가상 역사를 배경으로 한 도시 생존형 시뮬레이션이다. 이곳은 공상과학소설(SF)에 나올 만한 로봇이 전기가 아닌 증기기관과 기계장치로만 작동하는 ‘스팀펑크’ 세계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오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증기기관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발전기 겸 보일러 주변으로 탈출한다. 게이머는 지도자가 되어 거대한 발전기를 기반으로 이들의 생존을 이끌며 도시를 성장시켜야 한다.
한정된 노동력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운명과 성장 방향이 달라진다. 는 현재 △새로운 고향 △방주 △피난민 등 3개의 시나리오로 구성됐다. 각 시나리오에는 기후변화는 물론 난민 유입, 자원 공유, 계급 갈등 등 전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이 나온다. 게임에서 추위보다 더 잔혹한 것은, 사람의 생존을 위한 결정들이다. 극단적 상황에서 게이머는 집단의 생존과 인간적 존엄성 사이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상황을 계속 만난다. 상황은 게이머에게 묻는다. 아이들을 노동에 투입할 것인가? 수프에 톱밥을 넣을 것인가? 주검을 연료로 쓸 것인가?
어린이를 자원 채굴과 건설에 투입하는 것은 비인간적이지만, 도시의 생존을 위해서는 감수할 수도 있는 일이다. 부족한 식량 배급으로 굶는 사람들을 놔두는 것보다 톱밥을 넣어 모두가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다만 병에 걸리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죽은 사람들을 위해 묘지를 만드느라 노동력과 자원을 낭비하는 것보다 주검을 보일러 연료로 쓰는 게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냥 효율만 따질 수도 없다. 주민들의 희망 수치와 불만 수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쉬운 선택은 없다. 자원을 끊임없이 생산해 마구 사용하는 일반적인 시뮬레이션 게임과는 확연히 다르다.
‘생각을 촉진하는 게임’(Thought Provoking Game)을 만들려는 11비트스튜디오의 철학은 전쟁 중 민간인의 생존을 다룬 게임 에 이어 집단의 생존을 다룬 에도 담겼다. 전쟁의 끔찍한 상황을 경험한 게이머는 평화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전쟁의 위험을 인식했다. 빙하기 선택의 어려움을 체험한 게이머는 그런 상황의 끔찍함을 온몸으로 배웠고, 트럼프가 지난해 한 짓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게 됐을 것이다. 는 오픈 이후 66시간 만에 25만 장이 팔렸다. 6월 초 기준 전체 스팀 리뷰 중 85%가 긍정적 점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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