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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묻는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민간인 눈으로 본 전쟁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

상업적 성공에 작품성도 호평
등록 2018-02-28 23:17 수정 2020-05-03 04:28
전쟁 생존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 임상훈 제공

전쟁 생존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 임상훈 제공

체코 프라하와 폴란드 바르샤바 중 한 곳을 여행할 수 있다면? 십중팔구 프라하다. 드라마만 봐도 알 수 있다. 2004년 이 성공을 거둔 다음 바통을 이어받은 도시는 프라하였다. 프라하의 아름다운 풍광이 배경인 2005년 은 시청률 30%대의 높은 인기를 얻었다. 프라하는 아경이 멋진 프라하성과 카를교를 비롯해 천문시계탑이 유명한 구시가 등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1년에 1억 명 이상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반면 한때 ‘동유럽의 파리’라던 바르샤바에 대해선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왜 이렇게 됐을까?

제2차 세계대전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체코는 독일과 교전 2시간 만에 백기를 들고 항복했다. 폴란드는 달랐다. 독일에 격렬히 저항했다. 점령당한 뒤에도 저항은 멈추지 않았다. 1943년 바르샤바 게토 봉기와 1944년 바르샤바 봉기는 제2차 대전 봉기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그만큼 피해도 컸다. 도시의 85% 이상이 파괴됐다. 지하 저항군을 잡기 위해 독일군은 화염방사기로 도시를 초토화했다. 낭만의 도시, 바르샤바가 명망을 잃은 배경엔 이런 아픈 역사가 있다.

2014년 11월 폴란드에서 전쟁게임 (This War of Mine)이 나온 배경엔 이처럼 나치에 저항했던 폴란드 현대사가 있다. ‘11비트 스튜디오’라는 바르샤바 인디게임 개발사에서 나온 이 게임의 주인공은 ‘군인’이나 ‘지휘관’이 아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가장 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민간인이다. 그들은 전기, 수도, 통신망 등 인프라가 모두 끊긴 환경에서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총알이 오가는 낮에는 피란처를 나갈 수 없다. 그렇다고 거기 계속 숨어 있을 수도 없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밤에는 식량을 구하러 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더 약한 민간인의 물건을 뺏기도 하고, 더 강한 민간인에게 약탈 또는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각자 살아남기 위한 과정이다.

레벨업이나 능력치 등의 요소도 없다. 힘센 인물이 더 무거운 짐을 들 수 있지만, 이 능력은 고정돼 있다. 그들은 훈련된 군인이나 슈퍼히어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이머의 선택은 ‘예’와 ‘아니요’로 간명하게 구분된다. 실제 전쟁에서 모든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도움을 구하는 이에게 문을 여느냐 마느냐는 상황과 양심, 느낌에 따라 선택될 뿐이다. 그 결과는 게이머의 몫이다. 개발팀은 ‘바르샤바 봉기’ 경험담 등을 수집해 게임 기획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은 화려한 그래픽이나 차진 타격감으로 무장한 다른 전쟁게임에 비해 볼품없는 인디게임이다. 그런데 인디게임 플랫폼인 스팀(store.steampowered.com) 출시 뒤 이틀 만에 개발비를 모두 회수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80개 이상의 상을 탔고, 미국 주간지 이 선정한 ‘2014년 베스트 게임’ 중 하나가 됐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보기 힘든 관점에서 전쟁을 보여줬고, 긴장감 속에 감정적 자극을 전달한 점 등이 호응을 얻었다. 은 현재까지 스팀에서만 230만 개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11비트 스튜디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면서도(thought-provoking)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어가고 있다.

은 전쟁의 참상을 생각해보도록 촉구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최근 폴란드 출장을 다녀온 뒤 에 대한 글을 쓰는 지금도, 안전한 성공 유형에 따라 비슷한 게임만 양산하거나 반대로 상업적 성공은 부수적인 것으로 여기고 독특함만을 추구하는 한국 게임의 생태계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임상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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