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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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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N, 인재를 원하는가

게임에 가치를 새기는 개발사 ‘11비트 스튜디오’와 ‘자라나는 씨앗’…

인재가 몰리는 이유
등록 2018-08-07 16:56 수정 2020-05-03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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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 당신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원자: 이 회사에 입사하는 것입니다.

국내 대형 게임 회사 임원에게 들은 이야기다. ‘좋은 인재들이 들어오느냐’는 물음에 그가 굳이 이런 일화를 꺼낸 이유는 뻔했다. 그는 덧붙였다.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목표라면, 입사 후에는 목표가 이미 달성된 상태가 아니냐. 꿈도 없고, 도전정신도 없는 그런 입사자에게 기대할 것이 많지 않다.”

임원의 이야기가 영 틀린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다르다. 청년 실업률 10%의 시대다. 명목상 그렇고, 체감은 훨씬 크다. 거기에 게임 생태계 양극화는 역대 최고치다.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은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둔 반면 수많은 회사는 최고의 위기를 겪고 있다. 자발적 창업이 흔했고, 묻지마 투자까지 달려들던 2000년대 중반과 완전 다른 상황이다. 게임회사 지원자에게 ‘꿈’과 ‘도전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바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게임 회사는 공무원을 찾는 곳이 아니다. 자기가 만들려는 게임에 대한 꿈과 도전정신을 가진 인재에 대한 바람과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폴란드와 우리나라의 게임 회사를 소개하고 싶다.

폴란드의 게임 개발사 11비트 스튜디오는 ‘생각을 촉진하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 유명하다. 민간인의 입장에서 참혹한 전쟁을 체험하는 생존 게임 이 대표작이다. 이 회사는 바르샤바에 있지만, 게임의 성공 덕분에 체코,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에서도 지원자가 넘친다고 한다.

그런데 이 회사는 면접 중 ‘생각을 촉진하는 게임’이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게임’에 대한 지원자의 생각을 물어보지 않는다. 지원하는 분야의 실무 역량과 경험이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 이 회사가 지원자의 가치관을 물어보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런 가치관을 지니지 않은 사람은 지원 자체를 안 하기 때문이었다.

국내 게임 회사 중 작은 회사인 ‘자라나는 씨앗’(대표: 김효택)도 비슷하다. 이 회사는 나 같은 잘 알려진 소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나 《MazM: 오페라의 유령》 같은 어드벤처 게임을 선보였다. ‘자라나는 씨앗’의 게임은 고전 원작의 스토리를 충실히 담고 있는 동시에 개발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덕분에 게이머는 과거에 들었던 인물과 이야기에서 향수를 느낄 뿐만 아니라 새로 제공된 인물이나 사건을 통해 원작 속 인물 내면의 갈등이나 서로 간의 관계에 대해 더욱 풍부한 경험을 얻게 된다. 그렇지만 아직 이 회사는 11비트 스튜디오와 달리 게이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스토리 기반 어드벤처 장르는 롤플레잉게임(RPG)이나 1인칭 슈팅게임(FPS), 시뮬레이션에 비해 비주류 장르고, 매출을 많이 거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직원을 뽑는 게 어렵지 않다. 스토리 기반의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하는 개발자나 개발 지망생에게 국내에 대안이 별로 없다. 콘솔과 스팀의 스토리 기반 게임을 좋아했던 개발자나 지망생은 당연히 ‘자라나는 씨앗’의 게임을 해봤고, 그 회사의 게임을 더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을 것이다. 김효택 대표는 “그런 인재가 입사한 덕분에 분위기 묘사 등 스토리 기반 게임의 퀄리티가 한 단계 올라갔다”고 밝혔다.

11비트 스튜디오의 모토는 ‘Make Your Mark’이다. 즉, 게임에 개발자들의 마크(지향하는 가치)를 남기는 것이다. 사무실의 벽에는 이 문구가 크게 붙어 있고, 게임 속에는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굵게 새겨져 있다. 역대 최대 매출액이나 대기업 수준의 임금으로 스펙 좋은 인재를 끌어당길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달콤하고 강력한 유인책은 지향하는 가치가 명확한 제품이 아닐까?

임상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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