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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눈물 닦아줄 법

5년간 스스로 목숨 끊은 소방관만 47명

국가직 일원화 법안 등 발의한 이재정 의원 출연
등록 2017-10-24 14:27 수정 2020-05-03 04:28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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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7일 새벽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정자 석란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는 불을 끄러 석란정으로 들어갔다가 붕괴된 천장에 깔렸다. 이들은 10여 분 만에 구조됐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한 명은 정년을 1년 앞둔 베테랑, 한 명은 현장에 배치된 지 8개월밖에 안 된 새내기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누군가 희생된 뒤에야…

‘소방 조직은 동료의 피로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 희생돼야만 관심 받는 조직이라는 뜻이다. 지난 10년간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모두 51명이다. 소방관이 목숨 잃을 때마다 예산 부족 등 고질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현재 소방 조직은 국가직 1%와 지방직 99%로 나뉘어 있다. 지방직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움직인다. 그러다보니, 지자체의 형편에 따라 예산이 들쭉날쭉하고 근무환경도 천차만별이다. 석란정 화재의 경우 경포119안전센터에는 법적으로 3교대 기준 31명이 근무해야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16명만 근무하다 2명이 희생됐다.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소방 인력은 법정 정원보다 약 2만 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안전장비 부족도 여전하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소방관들은 시장에서 파는 일반 공장용 고무장갑을 끼고 화재를 진압했다. 방화 처리가 되지 않아 손에 화상 입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소방관들이 자비를 들여 안전장비를 구입한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각종 사고 현장에서 접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은 47명이나 된다. 이들을 위한 독립된 치료시설은 없다.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 문제는 국민 안전과도 직결돼 있다. 구조가 위급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국민에게 달려가는 존재가 이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층 빌딩이 많고, 원전이 한 지역에 집중돼 있는 등 대형사고가 터질 우려가 많은 한국 상황에서 소방관의 지휘 체계가 달라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

이재정(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이른바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기에는 모두 7개의 법 개정안이 담겨 있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소방청 독립, 다른 하나는 소방 조직의 국가직 일원화다. 이 가운데 소방청 독립을 위한 3가지 법안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통과됐다. 이제는 국가직 일원화를 위한 법 개정안 4건만 남아 있다. 이 의원은 소방관의 처우를 개선하고 재난 상황에서 체계화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소방관의 국가직화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안 통과가 그리 쉽지는 않다. 지방분권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지자체의 예산권, 지휘권, 인사권 등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소방 조직을 국가직화할 경우 예산 증가가 우려된다며 개정안에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는 일도 과제로 남아 있다.

고무장갑 끼고 화재 현장으로

10월23일 방영될 한겨레TV 에선 이재정 의원이 출연해 소방관들이 처한 현실과 이른바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소방 직장협의회 설립, 소방전문병원 설립 등의 정책도 알아본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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