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도로도 많아지고 KTX·SRT 등 열차편도 많아져 구전으로 떠도는 ‘그 시절’ 같진 않지만 그래도 막히긴 막힌다. 이번 설 명절은 나흘 연휴로 상대적으로 길지 않아 도로마다 정체가 예상된다. 보통 명절 전날 오전과 당일 오후가 가장 혼잡하다. 올해에는 1월27일 오전 귀성길과 1월28일 오후 귀경길을 조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02 명절의 시간은 불평등하다. ‘명절 하루 평균 얼마나 일하느냐’는 질문에 주부들은 ‘5시간 이내’ 30%, ‘7시간 이내’ 28%, ‘9시간 초과’가 10%에 달했다. 반면 남편들은 아예 통계조차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은 맞벌이 기준 아내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3시간14분으로 남편의 5배에 달하는데, 명절은 이보다 더 심한 셈이다. 남편들이여, 앞치마를 매자. 접시를 깨뜨리자.
03 설 장보기 할 때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어떨까. 서울의 경우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 131곳에서 ‘이벤트’가 동시에 진행된다. 최대 30% 에누리는 물론이고 명절 분위기를 즐길 다양한 놀거리가 준비돼 있다. 특히 전통시장 주변 도로에선 2시간 주정차가 무료로 허용된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04 한국 영화 두 편이 설 연휴를 기다리고 있다. ‘역사상 이런 캐스팅은 없었다’는 (한재림 감독, 조인성·정우성 등 출연)과 ‘역사상 이런 호흡은 없었다’는 (김성훈 감독, 현빈·유해진 등 출연)의 맞대결이다. 은 최근 한국 영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사회 고발 장르에 완성도 있는 누아르의 옷을 입혔고, 는 남북 형사의 합작 수사라는 구도 속에 뜨거운 액션신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05 혼술, 혼밥, 그리고 이제는 혼설? ‘가족 친지와 함께하는 명절’을 보내는 이도 많지만 혼자 명절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1인 가구가 520만을 넘는 시대다. 취업준비, 알바 등으로 혼자 설을 보내야 하는 이도 많지만 그저 혼자 조용한 휴식을 택하는 자발적 혼설족도 있다. 혼설족의 로망은 여행이다. 인터파크가 20~40대 성인 남녀 2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3%는 하고 싶은 일로 여행을 꼽았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64%는 주머니 사정, 부족한 시간 탓으로 ‘TV 시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뭐, 늘 이상과 현실은 다르긴 하다.
06 설 귀향 기차표 예매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이 기간 동안 외국으로 나가는 비행기표 구하기도 만만찮다. 연휴 기간인 26~31일 항공사들의 주요 국제선 항공권은 대부분 80% 이상 예약이 완료됐다. 대한항공은 배낭여행으로 인기 높은 유럽 예약률 100%를 채웠다. 따뜻한 동남아와 짧은 연휴 동안 다녀올 수 있는 일본 노선도 매진이 임박했다.
07 떨어지지 않고 오르기만 한다. 설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에 견줘 5% 올랐다고 한다. 가격조사기관인 사단법인 한국물가정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전통시장에서 장을 봐서 설 차례상을 차리면 23만5천원이 든다고 발표했다. 달걀과 무, 배추 등이 1.5~2배 올라 끌차 구실을 했다. 지난해엔 22만4천원이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면 29만5천원으로 6만원가량 더 든다. 춥지만 좀더 발품을 팔아 전통시장을 찾는 게 이득이다.
08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이다. 보수정당과 경제지들은 ‘김영란법이 명절 경기 다 죽인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우정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1월16일부터 시작된 ‘설 특별 소통 기간’ 일평균 배송량은 전년 대비 조금 늘어났다. 고가의 선물보다 저가 위주의 선물을 많이 보내면서 배송량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5만원 미만 선물을 주고받는 미풍양속은 법보다 세다.
09 오랜만에 만난 친척에게 ‘결혼해라, 몇 등이니, 살 좀 빼야지’라는 말은 하지 마라. 오지랖 넘치는 잔소리가 발걸음을 끊게 할 수 있다. 반사이익을 보는 이들도 있다. 편의점 업계는 설을 앞두고 ‘명절 도시락’ 판매에 나섰다. 편의점 GS25은 1월20일 “지난해 설 ‘명절도시락’이 전년대비 300% 넘는 매출고를 올렸다”며 올해 매출에 대한 기대를 내놨다. 주요 소비자들 가운데 ‘친척 오지랖’을 피해 집에 남은 ‘혼밥족’들이 있다.
10 한 중견기업이 임직원 879명을 조사한 결과 설 명절 1인당 경비 평균이 74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뱃돈, 부모님 용돈, 선물 구입비, 차례비, 교통비 등을 더한 금액이다. 상여금은 새끼 손톱만큼인데, 나흘의 짧은 휴가를 치르는 대가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너무 속상해 말자. ‘섣달 그믐날 개밥 퍼준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모두의 명절이 부디 널리 나누고, 더 많이 행복하길 기원한다.
설 명절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머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44.4%가 이번 설에 ‘세뱃돈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지만 그래도 1인당 평균 20만원의 세뱃돈은 준비하겠다고 했다. 절하기도 전에 손부터 내미는 아이들은 그렇다면 세뱃돈을 받아 무얼 사고 싶을까. 빅커뮤니케이션의 분석에 따르면 1위 옷, 2위 화장품, 3위 치킨이었다.
이래저래 자꾸 눈물이 맺히고, 이상하게 팔다리 어깨 무릎 허리가 다 아파온다. 명절증후군을 앓는 며느리들의 흔한 증상이다. 91%의 며느리들이 명절증후군을 앓는다. 다른 이유는 없다. 사회·문화적으로 명절 때 모든 일의 부담이 여성에게만 전가되기 때문이다. 며느리들이 왜 시댁 식구들을 대신해 끼니와 제사를 챙겨야 하는지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설 연휴(1월27~30일) 기간에도 출근한다고 답한 아르바이트생의 85%가 “명절 근무에 따른 보상 휴일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가운데 60%가 설 연휴에도 출근하지만, 이들 중 “명절 근무 수당을 받는다”고 확답한 비율은 13.3%에 그쳤다. 명절이라고, 연휴라고 모두가 쉬거나 노는 것이 아니다. 더 불안정한 노동자들은 더 많이 일하지만 덜 받거나 혹은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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