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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12-13 18:31 수정 2020-05-03 04:28

01  12월9일 탄핵소추안 가결 뒤, 대통령 박근혜의 첫마디는 “오늘 오후에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저의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되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였다. 마지막엔 ‘남 탓’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끝내 자신을 내려놓지 않았다.

정용일 기자

정용일 기자

02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것은 12월9일 저녁 7시3분이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돼도 ‘탄핵소추 의결서’가 청와대로 전달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관직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정세균 국회의장 명의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국회사무처에서 넘겨받은 시각이 저녁 7시3분이다.

03  2000년대 들어 벌써 두 번째 탄핵안이 통과됐다. 2004년 3월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됐다. 풍경은 달랐다.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했다.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의장석에서 끌어내리고, 거친 몸싸움 끝에 탄핵안이 통과됐다. 이번엔 평화로웠다. 국민의당 탄핵추진단장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17분간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사항 5가지와 주요 법률위배사항 3가지를 읽어 내려갔다. 이어 의원 299명이 조용하고 질서정연하게 투표를 마쳤다.

04  눈물이 났다.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12월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었다. 희생자 가족 40명은 오후 2시42분께 노란 옷을 입고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으로 입장했다. 탄핵안 가결이 선언되자 가족들은 “촛불 민심 만세”라며 서로 부둥켜안았다. 유가족 대표 유경근씨는 “오늘은 참사의 진실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했다.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에게 손인사를 했다.

05  아직 대통령이 파면된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지만, 실제 대통령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진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찬성하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탄핵심판 결정을 내린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헌재에 탄핵소추 의결서를 낸다. 헌법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되고, 주심 재판관은 전자배당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심으로 강일원 재판관이 지정됐다.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최대 6개월(180일)이다.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헌재는 ‘탄핵소추 기각’ 결정을 한다.

06  대통령의 빈자리는 곧바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신했다. 이날 저녁 7시6분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통령 직무정지 뒤,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이다. 황 총리는 “저를 비롯한 전 내각은 어떤 경우에도 국가의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책임과 소명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를 중심으로 모든 상황에 대비해서 감시와 경계를 강화할 것”과 “외교부가 우리 국정 운영이 정상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주요 국가에 적극 설명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07  국회는 모처럼 할 일을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안 가결 뒤 “더 이상 헌정사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 의장은 “탄핵안은 우리 손을 떠났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국회도 국정의 한 축으로서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민심에 부응하고 민생을 살리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며 희망을 얘기했다.

08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국정 역사 교과서의 운명도 위태로워졌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 “국정교과서 강행, 잘못된 위안부 협정 같은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실정에 대해서 즉각 중단을 요청하고 사회적 합의와 국회 협의 과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은 “대통령 탄핵은 교육·학사·교과서·역사 농단에 대한 심판이자 탄핵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도 탄핵당한 것”이라며 국정교과서 철회를 촉구했다.

09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진실한 사람”의 태도를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몸소 보여줬다. ‘진박’ 최 의원은 이번 탄핵소추안 표결에 유일하게 불참했다. 그는 본회의장에 나왔지만 투표 시작 5분여 만에 자리를 떴다. 그는 “오늘 우리는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탄핵 표결만큼은 막는 게 제 소신이고 양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진박’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10  대통령이 순순히 물러난 것은 아니다. 특유의 뒤끝이 작렬했다. 그는 탄핵소추안이 통과하고,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기 직전 조대환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에 임명했다. 조 신임 민정수석은 2014년 12월 새누리당 추천을 받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세월호 특조위에서 ‘결근투쟁’을 하며 특조위를 흔들었고, “세월호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으며 전리품 잔치를 하는 곳”이라 말해 희생자 유가족들의 반발을 샀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한겨레 이종근 기자




& 다운



박승화 기자

박승화 기자

촛불
광장에 모인 촛불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었다. 12월3일 6차 촛불집회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전국 232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던 12월9일에도 수많은 시민이 국회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어느 국회의원 말과 달리 촛불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172명,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37명을 더한 209명보다 25명 많은 23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 의결서를 받는 시점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이제 급히 ‘올림머리’ 안 해도 된다.







이주의  숫자


1234567



연합뉴스

연합뉴스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한 의원은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1명이다. 찬성표 234명, 반대표 56명, 무효표 7명이다. 모두 이어 쓰면 1234567.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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