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자 네트워크 ‘손’은 서로 돕는 손이 되고 싶다. 그런데 서로를 돕는 손길은 자칫 범죄의 손길이 되기 십상이다. 성노동자의 노동권·안전·건강·연대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조합이나 노조를 꿈꾸지만, 현행법상 자칫 불법이 되기 쉽다. ‘손’은 지난 9월23일 발표한 ‘2016 성노동자 권리선언’에서 “지금의 성매매특별법은 성노동자들이 다른 누군가의 개입 없이 함께 일하며 조합과 같은 형태로 일할 수 없게 만든다”고 말한다. 9월23일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날이다. 제1129호(2016년 9월26일치) 블루기획 ‘금요일 6시29분 손에서 나오는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생존도 투쟁도 제한하는 성매매특별법‘손’의 멤버가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린 적이 있었다. 그의 기소유예 통지문에 ‘성매매 알선 혐의’가 더해졌다. 자신이 자신을 알선한 혐의다. 그래서 선언문은 묻는다. “스스로를 광고한 것이 드러나면 알선자와 같은 처벌을 받을 때, 업종을 바꾸는 것을 고려하는 멤버 대신 광고를 작성해 올리는 것에 대해 최대 3천만원의 벌금을 각오해야 할 때, 어떻게 우리는 누군가의 개입 없이 서로를 도우며 일할 수 있을까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것이다. 만약 성노동자 조합을 만들면 같은 법에 근거해 범죄단체로 가중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한다. 그래서 “우리도 성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바꿔나가기 위해 모였지만… 성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투쟁마저 제한하는 성매매특별법에 반대한다”고 선언한다.
성노동자의 건강권도 ‘선언’한다. “성병 등의 질병에 취약”해 “어느 병원이 성노동자의 특성을 고려한 진료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절실”하지만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사후피임약 처방”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처방전 없이는 살 수 없는 약”이다. 의료서비스가 전제하는 ‘정상적 이성애’, 소수자의 성에 대한 낙인찍기 등이 뒤엉켜 “성노동자의 건강권뿐만 아니라 여성과 퀴어를 포함한 많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건강권 또한 침해한다”고 선언문은 지적한다.
성착취에 대한 통념에도 도전한다. 강제 추방당하는 이주 성노동자 등의 권리를 위해 오히려 “폭력은 엄밀하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사람의 삶에는 다양한 결과 맥락이 존재”하는데, “‘성착취’와 같은 하나의 표현으로 환원시킬 때, 문제에 얽힌 다양한 원인을 정확히 분석할 수 없고 현실적인 해결책도 내놓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의 경험으로 재해석다양한 반응이 ‘손’에 들어왔다. 글이 올라오는 “매주 금요일을 기다렸다”는 은실씨는 “저는 왜 자영의 글을 읽고서는 그토록 한참 동안 울었던 걸까요”라고 자문한다. “유난스럽지 않다는 느낌, 그래서 더욱 절절하다는 느낌, 그리고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극단적인 경험으로 ‘치부되는’ 성노동자의 경험이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하게 도왔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전자우편이 날아왔다. “저도 성노동자”라고 밝힌 캐나다 교포는 “‘손’의 글을 읽으며 감동받았다”며 “조금씩 배우고 있는” 한글로 편지를 보냈다. 선언문 말미에 성노동자 네트워크 ‘손’은 “오는 11월 더 큰 규모의 연대체를 구성하려 한다”며 시민사회단체의 연대를 요청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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