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그래픽 김민하 <미디어스> 편집장
미세먼지가 주요한 사회 의제로 떠오른 시기와 이른바 ‘친환경 디젤’이 각광받기 시작한 때는 겹쳐 있다. 2014년 9월 녹색당은 1호를 발간하며 ‘미세먼지의 발생 요인과 대책’을 짚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구별하고, 국내 요인과 국제 기준을 두루 언급한 보고서였다.
그 보고서가 흥미로웠던 건, 미세먼지에 대한 관념 혹은 통설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조건반사적으로 ‘중국발 황사’를 떠올리던 때, 녹색당은 ‘중국 영향이 없더라도 국내에서 지역별로 미세먼지 발생 요인의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수도권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2011년 기준으로 ‘미세먼지 총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은 강원도와 전남’이었다. 이에 대해 녹색당은 강원도는 시멘트 산업이 몰려 있고, 전남은 제철과 석유화학단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친환경 디젤’이란 역설적 명명의 신화가 깨졌고, 미세먼지가 우리네 일상을 지배하는 시간은 더 길어졌다. 발전된 기술이 탑재되었단 이유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차를 구매한 이들이 졸지에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가 됐다. 지난 4월에는 전국 20개 권역에서 41시간 동안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됐다. 그 메케했던 41시간 동안 정부는 사실상 보이지 않았고, 대자연이 내린 희뿌연 형벌 속에 시민들은 그저 마스크 한 장으로 각자도생을 도모해야 하는 반유목적 존재로 갇혀 지냈다.
보다 못한 것일까. 미세먼지에 관한 한 이상하리만큼 차분한 기조를 유지하던 정부가 마침내 칼을 뽑아들 모양새다. 경유 가격을 높이고 휘발유 가격을 내리는 미세먼지 방지 대책이 흘러나오고 있다. 늦었더라도 방향을 바르게 잡았다면 나무랄 건 없겠지만, 여러 가지로 석연찮다. 우선, 정부는 ‘고위 관계자’를 등장시켜 여론의 간을 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결정에 앞서 내용을 흘려 반응을 살피는 태도는 그 자체로 이것이 본질적 방안이 아님을 시사한다. 정부는 ‘경유 가격 인상’에만 방점이 찍히지 않도록 휘발유 가격을 내려 ‘세수 중립’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함께 말하지만 비겁해 보인다. 정책 실패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이미 숱하게 보아온 입장에선 결국 ‘기름값’이 오를 것이란 잔상만 어른거린다.
본질은 놔둔 채 지엽만 건드리고, 총체적이지 않은 부분적 수단만 강조될 때 사람들은 당연히 ‘의문’을 품는다. 미세먼지 문제의 본질은 ‘에너지 정책’ 전환과 ‘교통수요 관리 대책’에 있다. 이 핵심적 수단을 간과한 채 정부가 오로지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기름값 인상’만을 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초미세먼지에 대한 법적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경유차는 돈을 더 내란 우격다짐은 합리적인 것일까.
프랑스는 미세먼지가 주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자가용 2부제, 대중교통 무료, 교통속도 제한, 화석연료 사용 제한 등의 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썼다. 한국 정부에는 어떤 문제라도 이런 종합적 능력과 효율적 역량을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일까. 경유 가격을 올려도 해결이 안 되면 그다음 순서는 전기차의 확대일까. 유지비도 싼데 친환경적이라고까지 해서 경유차를 샀던 소비자들이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 되는 봉변의 상황이지만, 여기는 ‘헬조선’이니 이제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위한 적금이라도 들어야 하는 것일까. 호흡은 점점 더 곤란해지는데 혈압까지 오르니, 담배 가격 인상으로 증진됐을 국민 건강이 도로 악화되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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