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수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수지(24·가명)씨는 결국 2014년 12월9일부터 27일까지 19일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그를 치료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지인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환자는 (성추행) 사건 재경험, 멍한 인지, 과도한 경계, 심한 불안 등 증상이 반복되고 있다. 수치심을 느꼈던 (성추행) 경험에 대한 분노와 현재 상황이 힘들어 회피하고 싶은 마음, 자신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있다. 집중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12월31일 진단서)
배신감 최고조, 폐쇄병동으로…
수지의 상태가 입원이 필요할 만큼 나빠진 것은 경찰의 2차 조사(12월3일) 직후였다. 수지 아빠(56)의 설명이다. “가해자(지도교수)가 경찰조사에서 사실관계는 다 인정했다고 한다. 입맞춤도 하고, 포옹도 하고. 하지만 ‘강제가 아니었다’ ‘연애했다’고 해명했단다. 교수의 주장을 전해들은 수지가 놀라서 ‘무슨 소리냐’며 실신 직전까지 가버렸다.” 성추행 사건 당시 교수는 54살, 대학원생인 수지는 23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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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의 발작 증세가 이어졌다. 몸을 떨며 “답답하다”고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싫어, 싫어” “나 좀 어떻게 해줘”라고 소리쳤다. 신경정신과 손석한 전문의는 불안 발작이 발생하는 이유를 배신감과 혼란으로 설명했다. “평상시 안면이 있고, 존경했거나 친밀감이 있었던 사람한테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하면 배신감이 매우 크다. 자신이 여태까지 알고 있었던 상대방에 대한 개념, 이미지가 완전히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혼란 상태가 굉장히 커진다.”
교수가 “연애했다”고 주장하자 수지의 배신감과 혼란이 최고조에 달해버렸다. 결국 자해·자살할 우려가 있는 환자를 입원시키는 폐쇄병동에 갈 수밖에 없었다. 수지 엄마(50)는 “교수라는 권력을 이용해 아이에게 저런 나쁜 짓을 했는데 어떻게…. 차라리 치한한테 당했으면 이렇게 분개하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26일 고려대 교수 성추행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가해자(교수)는 소환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했지만 피해자(수지)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튿날(12월27일) 퇴원한 수지는 집에서 연말을 보내고 2015년 새해를 맞았다. 수지 아빠는 1월15일 과의 전화 통화에서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던 발작이 없어지고 밥도 가족과 둘러앉아 먹기 시작했다. “한 끼에 밥 반 공기 정도만 먹고 소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유일한 바람이 이뤄진 셈이다. 예전에 수지는 먹기만 하면 토해 몸무게가 7~8kg 빠졌다. 하지만 여전히 45kg을 넘지 못한다. 잠도 줄긴 했지만 하루 24시간 중 12시간 이상 잔다.
경찰조사 때처럼 상태 악화되면 어쩔까아빠는 검찰조사를 우려했다. 검찰이 1월20일에 ‘고소인’(수지) 조사를 한다는데, 경찰조사 때처럼 수지의 상태가 악화할까봐 그렇다. “검찰은 조사를 쉽게 얘기하지만 그러다 (수지가) 또 나빠지면 어쩌나 걱정이다. 그렇다고 조사를 거부할 수도 없다. 교수가 성추행을 부인하니까 괜히 불리해질까봐. 법정 증언까지 해야 한다면 (수지가) 그(성추행) 상황을 얼마나 많이 되풀이해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건가.”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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