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땡땡이치고 동네에서 담배 피우던 날라리 학생들까지도, ‘가격탄력성’이란 경제학 용어를 읊을 정도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사실 담배는 가격탄력성이 낮은 상품이다. 즉, 가격이 올라도 흡연율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담배는 비용이 들어도 욕망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 기호식품 중 하나인 게다. 문제는 정부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는 점이다. 가격이 올라도 흡연율이 떨어지지 않을 걸 잘 알면서도(증여세·소득세는 그대로, 역진세 만만세), 가격이 오르면 흡연율이 떨어질 거라고, 그만큼 우리가 너희를 걱정한다는 것을 홍보하는 이중적 태도. 전국의 모든 중·고딩 날라리들까지 분노하고 있는 것, 그것은 정부가 저탄력과 고탄력을 일부러 혼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박근혜 그룹의 특성이기도 하다. 앞에서는 세상과 여론에 민감한 척하면서(고탄력), 사실은 언제나 둔감하고(저탄력) 또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니 말이다.
아이디 뒤에서 활개치던 그들
고탄력과 저탄력을 혼동하는 또 하나의 그룹이 등장했다. 그들은 ‘일베’라고 불린다. 초창기에 일베는 그렇게 저탄력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니, 탄력이 높은 그룹 중 하나였다. 일베 회원이거나 일베에서 논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밝힐 때 겪게 되는 쪽팔림과 수치심을 사회적 비용이라고 한다면, 많은 일베 회원들이 그 비용을 내면서까지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렸고, 오히려 오직 이름과 얼굴을 지우는 아이디 뒤에서만 활개치는 키보드 워리어가 대다수였다는 의미에서, 일베는 분명히 세상의 눈치도 좀 볼 줄 아는 고탄력 그룹이었다(바로 이 때문에 이 시기에 만들어진 용어가 ‘일밍아웃’이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이때만 해도 일베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려고 모여든 어중이떠중이들이 그룹의 대다수를 이루고, 세상 물정 아는 척하면서 가르침(?)을 전수하는 몇몇 어르신들(이데올로그)이 소수를 이루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새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젠 많은 이들이 일밍아웃을 두려워하지 않고, 쪽팔림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두려워하지 않는데다, 비용이 높아져도 욕망을 줄일 생각을 안 하니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그들이 보여준 폭식 퍼포먼스일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일베원들이 모였고, 또 의외로 대담하게 얼굴과 신분을 드러낸 채 퍼포먼스가 이루어졌다. 게다가 꼭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 모인 이들만 일베인 건 아니다. 세월호 유족들의 장기농성과 단식투쟁을 바라보는 시각에 일베가 또 파고든다. 공감 능력을 잃고서 점점 세상의 흐름에 둔감해지는 시각이 모두 일베가 된다. 일베는 이제 점점 저탄력 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쉬운 말로 일베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세상을 생까면서 점점 경화되고 있다.
탄성을 더해가는 것은 오직 그들의 소화기관뿐탄성 오인에 대해서만큼은 박근혜 그룹과 일베 그룹은 유사한 게다. 세상을 걱정하면서 세상 만사에 민감한 듯이 겉으로는 말하지만(고탄력), 속으로는 여론과 공감대에 둔감하고 세상을 생깐다(저탄력). 임꺽정처럼 세상을 걱정하지만, 사실 그들은 외계인처럼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점점 탄성을 잃어가는 그들의 정신 옆에서, 탄성을 더해가는 것은 오직 그들의 소화기관뿐이다. 윤리와 상식의 고탄력을 그들은 고작해야 위장의 탄력으로 전이하고 축소시킬 뿐이다. 혹시 위장의 고탄성화, 이것이 그들이 고탄력과 저탄력을 일부러 혼동하는 진짜 이유는 아닐까? 박근혜 그룹이 뱃속을 채우기 위해 담뱃값 인상 같은 서민 증세부터 시도한 것처럼, 일베 그룹도 치킨과 피자가 먹고 싶어서 세월호를 핑계댔다고 한다면, 지나친 음모론인가? 담배의 가격탄성을 시험해보겠다며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하는 것처럼?
김곡 영화감독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김민전에 “잠자는 백골공주” 비판 확산…본회의장서 또 쿨쿨
“‘내란 세력’ 선동 맞서 민주주의 지키자”…20만 시민 다시 광장에
‘내란 옹호’ 영 김 미 하원의원에 “전광훈 목사와 관계 밝혀라”
청소년들도 국힘 해체 시위 “백골단 사태에 나치 친위대 떠올라”
이진하 경호처 본부장 경찰 출석…‘강경파’ 김성훈 차장은 세번째 불응
경호처, ‘김건희 라인’ 지휘부로 체포 저지 나설 듯…“사병이냐” 내부 불만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천공 “국민저항권으로 국회 해산”…누리꾼들 “저 인간 잡자”
윤석열 지지자들 “좌파에 다 넘어가” “반국가세력 역내란”
‘적반하장’ 권성동 “한남동서 유혈 충돌하면 민주당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