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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전성시대

부글부글
등록 2013-06-25 16:42 수정 2020-05-03 04:27
민주노총 제공

민주노총 제공

미제 과자? 일제 도시락? 이제는 개나 줘버려요. 드디어 국산이 전세계적으로 ‘짱’ 먹는 시대가 왔거든요. 외국인 친구들 앞에서도 의기소침할 필요 없어요. 샘송 스마트폰, 횬다이 자동차 설명하려고 노력하지도 마세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내세운 한국 기업이 전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으니까요.

요즘 한국산 제품이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터키예요. 아예 길거리에 널려 있어요. 터키 반정부 시위대 진압에 사용한 최루탄이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거든요. 오래전부터 민주화 속도와 반비례하면서 다양한 실전 적용 뒤 개발돼 그런가봐요. 터키 시내에 널려 있는 최루탄 표면에는 한국 경북 문경의 ‘코리아 시엔오 테크’(Korea CNO Tech)에서 만들었다고 쓰여 있어요. 이 최루탄을 생산한 업체로 알려진 국내 업체 ‘대광화공’은 지난해 터키에 최루탄을 수출했다고 해요. 회사 홈페이지에는 터키 등 세계 17개국에 최루탄을 수출한다고 쓰여 있어요. 지금 터키에서는 거의 길거리에 전단지 뿌리는 수준이니, 이만한 노이즈마케팅도 없겠어요.

메이드 인 코리아를 좀더 짱짱하게 알리려면, 창의력 넘치는 뭔가가 필요해요. 가장 적절한 후보는 남양유업의 ‘푸시(Push·밀어내기) 컨설팅’이에요. 얼마 전 남양유업이 2년 전부터 ‘밀어내기’를 궁리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에요. 2011년 남양유업의 담당 부서를 거쳐 김웅 남양유업 대표도 직접 결재한 법률자문 의견서에는 대리점에서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강제로 받게 하면 위법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해요. 이 기회에 우유 사업 대신 ‘남양 푸시 컨설팅 인터내셔널’을 세워 전세계 프랜차이즈 업체의 영업 컨설팅에 나서는 것을 검토해보도록 해요. 밀어내기 노하우로 각종 컨설팅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 최루탄 마실 때보다 더 눈물겨울지 몰라요.

이제 전세계로 누빌 한국 기업의 필수품인 ‘있어 보이는’ 회사 이름 짓기를 해봐요. 오묘한 멋이 있되, ‘코리아 시엔오 테크’ ‘남양 푸시 컨설팅 인터내셔널’처럼 도대체 뭐하는 업체인지 알 수 없도록 이름을 지어야 해요. 큰 걱정 안 해도 돼요. 조세회피처에 한없이 페이퍼컴퍼니를 세워온 선각자가 즐비하니까요. 의 페이퍼컴퍼니 명단을 보면서 상상력을 자극해봐요. 로우즈 인터내셔널, 선아트 파이낸스, 트랙빌라 홀딩스, 에보니골드 매니지먼트, 제이드 크라운 그룹, 아크랩 플래닝, 윈넷 홀딩스, 윈 하베스트 컨설턴츠….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느낌 나는 이름과 지중해풍 작명까지 다양해요. 그래도 페이퍼컴퍼니 작명의 압권은 전재국 시공사 대표의 페이퍼컴퍼니인 것 같아요. 그가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이름은 ‘블루 아도니스’(Blue Adonis)예요. 푸른 미소년쯤 되나봐요. 그런데 갑자기 영화 의 외계인 주인공 얼굴이 떠올랐어요. 하긴, 요즘 들끓는 전씨 일가의 숨은 재산 찾기에도 눈 하나 꿈쩍 안 하는 걸 보니, 그 집안 외계인 혈통인지도 모르겠어요.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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