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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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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트윗, 이마트 노동탄압, 불매운동

등록 2013-01-29 23:59 수정 2020-05-03 04:27

<font size="4">이마트 이럴 줄 알았지</font>

<font color="#877015">사람의 ‘노동력’보다 ‘구매력’을 먼저 보는 사회의 귀결, 선거에서도 ‘민생’이란 이름으로 소비자 능력 되찾기 강조</font>

947호 크로스트윗1

947호 크로스트윗1

이마트가 ‘노조설립 와해’와 ‘노동자 사찰’ 로 논란을 빚고 있다. 경북 구미점에서 민주 노총 수첩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대책회의를 한 것이 바깥으로 흘러나오면서 이마트의 ‘무 노조 경영’ 원칙이 새삼 도마 위에 오른 것이 다. 물론 지금까지 노조 활동에 대해 이마트 를 비롯한 유통 관련 기업들이 보여온 적대 적 반응을 감안하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고 하겠다. 오히려 ‘이마트가 이런 줄 몰랐다’ 는 반응이 더 흥미를 끄는 상황이다.

이마트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이 어 떻게 배제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 례다. 자본과 노동의 대결에서 일방적으로 후자에게 불리한 조건이 강제됐던 한국 사 회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그렇게 놀라운 결 과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소비주의의 확산 으로 소비자 의식은 강화됐지만, 그것을 뒷 받침하는 노동자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것 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하겠 다. 모든 소비자는 노동자이기도 하다는 사 실이 망각되는 것이다.

산업자본에서 금융자본으로 경제의 축이 이동하면서 한국에서 노동문제는 완전고용 의제를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부자 되세요’ 라는 구호에 압도당해버렸다. 상황을 이렇 게 만든 주역들이 ‘민주화 세력’으로 불린 정 치인들이었으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노동력’보다 ‘구매력’을 중심으로 개인을 평가한다. 어떤 상품을 구 매하는가에 따라 배제의 대상이 되거나, 아 니면 존경의 대상이 된다.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은 금융상품 의 구매자로 대중을 호출하는 것이기도 했 다. ‘하우스푸어’라는 용어로 지칭되는 이들 은 쇼핑몰에서 장을 보듯이 금융상품을 샀 다가 낭패를 본 경우다. 겉으로는 이들이 아 파트를 구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들이 구매한 것은 금융상품이었다. 그러므 로 노동 현장보다 상품시장이 주체성을 결정 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표상되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우연의 산물이 아닌 셈이다.

노동조합을 경계하기 위한 현장 감시와 통 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선거 국면에도 제대로 부각되지 못 했다는 것이다. 민생이라는 모호한 용어법에 서 잘 드러나듯이, 중요한 의제는 상품을 구 매할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되찾아오겠다 는 쪽에 더 가까웠지 노동에 대한 관심을 촉 발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마트 문제를 ‘악덕 기업주’로 환원시켜 비난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 국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 사건을 통해 처음부 터 다시 이뤄져야 한다.

이택광 문화평론가·경희대 교수
지난 1월24일 청년유니온이 이마트 구로점 앞에서 주최한 이마트 노동탄압 규탄 릴레이 1인시위에서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피켓을 들고 있다. 한겨레 탁기형 기자

지난 1월24일 청년유니온이 이마트 구로점 앞에서 주최한 이마트 노동탄압 규탄 릴레이 1인시위에서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피켓을 들고 있다. 한겨레 탁기형 기자

<font size="4">이마트 없는 삶</font>

<font color="#017918">진보는 불매운동 폄하하지만 다른 현실적 대안 없어, ‘대형마트 없는 삶’ 어려워도 다양한 불매 매뉴얼 제시해야</font>

947호 크로스트윗2

947호 크로스트윗2

민주통합당 장하나·노웅래 의원과 이마 트 전수찬 노조위원장의 기자회견 이후 신 세계 이마트의 노동 탄압과 노동자 사찰의 실상이 드러났다. 앞으로 더 밝혀지겠지만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경악스러 웠다. 이마트는 ‘범삼성 계열’에 속한다. 삼성 의 위헌적인 ‘무노조 경영 철학’은 거대한 사 회의 종양으로 자라나 공동체의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법 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 의 경제권력인 재벌의 전횡은 이미 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다. 이마트 노 동 탄압이 널리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이마트 불매운동 제안이 터져나왔다. 아직까지 본 격적으로 불이 붙진 않았다. 어떻게 될지 예 측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마 트 사태가 한국 사회가 처한 모순의 최전선 이라는 점이다.

진보 좌파는 ‘생산 주체로서의 노동자’ ‘변 혁 주체로서의 노동자’라는 주체화 양식에 몰두한 나머지 소비 주체로서의 노동자라 는 측면을 종종 부차적인 지점으로 여기거 나 심지어 소비 행위를 죄악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불매운동은 기본적으로 시민운동 의 영역”이라 치부해버리곤 했다. 과연 그럴 까. 총파업은커녕 단위사업장에서의 부분 파업조차 불가능한 대다수 노동자가 생산 을 멈춰 재벌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을 리 없 다. 그나마 움켜쥔 정규직이란 지위를 행여 놓칠세라 전전긍긍하며 자신과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외면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날 ‘생산 주체로서 의 노동자’들의 적나라한 얼굴이다. 솔직하 게 인정해야 한다. 생산을 장악해 체제를 변 화시키거나 전복시킨다는 식의 모델은 적어 도 현 단계의 한국 사회에서는 철저한 기만 에 불과하다. 오히려 시민·소비자일 때 그들 은 더 진보적이고 자유롭다.

불매운동은 결코 쉬운 투쟁 방식이 아니 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연대해 진행해 야 하는 만큼 조직노동자의 파업보다 훨씬 더 정교한 논리와 전술이 필요하다. 대도시 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대형마트에서 소 비하는 행위는 마치 세수하고 이를 닦는 것 처럼 자연스런 일상이 됐다. 가족이 모두 모 여 그나마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마트에 가 는 시간뿐이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이들 은 마트를 놀이터 삼아 자라나고 있다. 이마 트 불매를 계기로 ‘대형마트 없는 삶’을 지속 적으로 실천하게 될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아마 그런 이는 극소수일 것이다. 불매운동 의 진입장벽과 난이도를 낮추는 게 최우선 이다. 운동의 단계를 세분화해서 참여자들 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일 것이다.

우리가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상품이 어 떻게 만들어졌는지 고민하고 선택하는 일은 ‘좋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보다 수 만 배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불매운동 은 지금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그리고 유 일한 무기다.

박권일 계간 <r> 편집위원</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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