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008ABD"> 가리왕산 가려다 화병 나겠다.</font> 가리왕산 중봉에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활강 트랙이 만들어진단다. 환경단체의 항의에 여러 후보지를 검토해온 산림청은 “겨울올림픽 활강 경기장으로 가리왕산 중봉이 불가피하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지난 6월20일 발표했다. 그래서 ‘가리왕산’을 쳤을 뿐이다. 트위터 검색창에. 타임라인 몇 개를 넘어가자 수십 개의 타임라인이 똑같은 멘션으로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기사를 링크해놓았다. 마우스를 내리며 타임라인을 불러들여도 또다시 같은 기사 링크를 똑같은 멘션으로 똑같은 시간에 쏘고 있었다. 한 언론사가 가동한 ‘봇’이다.
등산은 미루고 고준한 산을 우러러본다. ‘로봇’에 ‘기계적’으로 대항해보기로 한다. 하나 둘 셋… 빠뜨리지 않고 세본다. 혹시나 리트윗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일일이 살핀다. ‘정선=○○’로 표시된 기사는 10개, ‘대전=○○’로 표시된 기사는 110개. 타임라인은 곧 ‘Older Tweet results for 가리왕산 are unavailable’을 만난다. 더 이상 못 부른다는 거다. 트위터에서는 한 API당 150개까지 허용된다고 나와 있다. 120개의 똑같은 트윗이 공간을 삼켜버렸다.
팔로 관계를 통해서만 전파되는 트윗의 논리구조상 이런 식의 알바짓이 ‘이 산이 아닌가벼’ 하는 등산이라는 것이 증명된 이후 없어진 줄 알았다. 알바 동원의 중심에 있던 C일보도 자발적인지 확인할 수 없으나 몇 개의 이중 계정만 발견될 뿐이다. 속히 ○○신문은 산에서 내려와 베이스캠프로 귀환하기 바란다.
<font color="#008ABD"> 이번에는 진짜 가리왕산 쪽으로 가자.</font> 가리왕산은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과 평창 진부면에 걸쳐 있는 원시림이라 한다. 거기 한참 못 미친 곳에 친구 아버지의 밭이 있다. 빌려준 돈 대신 받고는 잊은 지 오래된 밭이란다. 나무 심으러 그 밭에 간다. 가는 길엔 내비게이션에도 없는 번듯한 도로가 났다. 구불구불하던 길은 산비탈을 철조망으로 묶어놓고 낸 직선 길이 되었고, 그 길은 차도 없는데 번쩍이는 터널로 이어지고, 터널을 빠져나간 길 밑으로 삼가 보이는 밭들은 까마득하다. 나무 심는데 동네 사람들이 구경 나왔다. 주민들은 버려진 밭 때문에 고라니가 자신들의 밭을 망치던 과거는 모두 용서하고 충고한다. “땅값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달라요. 여기 집을 지으세요.”
<font color="#008ABD"> 이참에 가리왕산으로 가긴 틀렸다. </font>무주를 활용하라, 이게 농담이 되나. 보름간 치를 겨울올림픽을 위해 수억원 들여 경기장을 짓나, 그거 끝나고 나면 어쩌려고, 영암 F1 경기장도… 못한다. 활강을 누가 몇 명이나 한다고 차라리 나가노로 가세요, 택시비 무서워서 외제차 사냐… 못한다. 이미 내비게이션에도 없는 길은 났고 강원도에 가리왕산 같은 산은 억수로 많단다. 이 부글부글이 재미없는 건 농담이 가리왕산을 가지 못해서다. 농담에 깔깔 웃고 농담의 사회적 치유력을 논할 수 없게 된 시대에 농담만으로 된 부글부글을 읽는다는 것은 적절한 일인가. 그것이 가능하기라도 한가.* 진심으로라면 가능할까. 그래도 가리왕산은 아니다, 라는.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눈 내리는 밤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비 오는 날의 서정을 말할 수 없게 된 시대에 눈과 나무, 비와 숲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 작품들을 쓰고 읽고 가르친다는 것은 적절한 일인가. 그것이 가능하기라도 한가.”(도정일,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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