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나라 밖 뉴스가 많은 요즘입니다. 국내에서 크게 다뤄지는 나라 밖 소식이란 게 늘 그렇듯이, 온통 비탄과 절망의 아우성으로 가득한 뉴스들입니다. 일본을 덮친 대재앙과 원전 안전 신화의 균열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을 때, 리비아의 민주화 바람을 거칠게 잡아채는 반동의 회오리에 대한 흉흉한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세계 도처를 공포가 잡아먹고 있습니다.
하필 이런 때 은 생일을 맞았습니다. 잔치를 벌일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조촐한 자축은 해야겠기에 ‘창간 17돌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세계 7개 나라의 17살들을 지면에 초대했습니다. 재앙 속 일본의 ‘토론 달인’을 꿈꾸는 후지이 히사시, “열일곱은 ‘꼬인 새끼줄’ 같은 나이”라고 말하는 중국의 탈학교 청소년 좡양홍, ‘대학이 미래를 보장할지, 나를 사회의 노예로 만들지’ 우리 청소년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칠레의 펠리페, 말 그대로 ‘다른 나라’에 사는 것 같은 독일의 힙합소년 레오와 미국의 배구 소녀 레이철, 17살에 아직도 초등학교 6학년인 캄보디아의 찌마, 갖고 싶은 게 ‘전기’라는 탄자니아의 나프탈…. 제각각의 사연과 개성을 지녔으면서도 인터뷰 행간을 보면 신기하게도 진한 교집합을 지닌 지구촌 17살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위 아 더 월드’라는 클리셰가 새삼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최근의 비극적 나라 밖 뉴스들을 접하며 부쩍 지구 공동체의 문제를 내 일로 여기게 됐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재앙에 대한 관심도 단지 방사능 유출이 우리 땅까지 미칠 가능성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창간 기획에서 만나는 17살들의 소망과 고민이 살갑고 애처롭게 다가오듯이, 지구의 어느 곳에선가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이 우리 일상에도 퍼지고 있는 까닭이겠지요. 그런 마음들이 모아지면 힘도 발휘하게 되는 것이고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고세에서 비탄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쏟아지는 지원의 손길도 그렇고, 유엔이 반정부 시위대를 폭격하는 리비아 정부를 압박하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기에 이른 그런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 속, 폐허에 혼자 앉아 서럽게 울던 일본 소녀는 17살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리비아 시민군들 가운데 총을 들고 서 있는 비장한 표정의 젊은이도 17살 소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계 모든 곳의 17살들이 나이에 걸맞지 않은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향해 가는 게 글로벌 시대, 지구촌을 살아가는 우리의 임무가 아닐까 합니다. 17살을 맞은 의 새삼스러운 다짐입니다.
한겨레21 편집장 박용현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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