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역병은 돌고, 물가는 오르고, 전셋값은 뛴답니다. 높은 분들도 돈 받고 줄줄이 물러가십니다. 뒤숭숭하지요. 그래도 뭐, 어려울 거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믿음직한 정부가 있습니다. 나라님이 있습니다. 걱정들 내려놓으세요. 나라님과 정부가 화끈한 해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번 볼까요.
320만 마리가 넘게 묻혔다는군요. 묻힌 돼지들이 다시 땅을 뚫고 튀어오른답니다. 언론에서 난리입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사실 내막에는 친환경 농업 진흥 정책이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국토가 많이 어지럽혀졌지요? 강 주변 막개발로 나라 땅이 많이 황폐해졌지요? 20조원을 썼으니 망가진 땅이 얼마나 넓겠습니까. 그 땅을 비옥한 농지로 만들어야겠지요. 그러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딩동댕. 퇴비입니다. 농지 개량을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퇴비가 필요했습니다. 전국 차원에서 비밀리에 이뤄지던 친환경 농업 진흥 정책의 비밀입니다. 근데 그걸, 여당의 최고위원이 눈치 없이 누설해버렸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구제역 침출수, 모두 전국 4대강 유역에 조만간 퇴비로 공수될 겁니다. 안 믿어지나요? 눈치 없는 그분이 말대로 ‘시현’해 보인답니다.
2011년 2월11일 오전 경기 이천시 대월면 송라리의 한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돼지 살처분 작업을 위한 땅파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곡물값도 뛰고, 고깃값도 뜁니다. 지난해 4분기 물가는 5%나 뛰었다네요. 뭐 어렵지 않습니다. 물가는 ‘진압’하면 됩니다. 우리에게는 국세청이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있지요. 안 믿어지나요? 눈치 없던 서울우유를 보세요. 서울우유가 구제역 때문에 원유 공급이 줄었다며 우유 가격을 50% 올린다고 했다가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을 싹 바꾸는012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요? 4시간입니다. 물가를 잡는 데는 거창한 정책 따위도 필요 없지요. 정부 관료는 서울우유에 “직접 압력을 가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는군요. 그러니 얼마나 편합니까. 직접 압력을 가할 필요도 없으니. 간접적으로만 압력을 넣어도 물가는 꼭꼭 묻어둘 수 있습니다. 구제역에 걸린 소·돼지들처럼 말이에요.
달마다 1%씩 오른다니, 한 해로 치면 10% 넘게 오르는 셈이네요. 뛰는 전세 가격을 잡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답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빚내서 전세방 들어가면 됩니다. 대출한도 팍팍 올려주면 됩니다. 그래서 국민주택기금의 서민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올려줬습니다. 정부는 까닥하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완화할 태세입니다. 그렇지요, 답은 서민 빚잔치였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나라가 미주알고주알 다 해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나라님도 지난해 말씀하셨잖아요. “정부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겨줄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들의 자활 노력”이라고요. 자기 집은 눈치껏, 알아서들 마련해야죠. 나라님 주변을 봐도 그렇습니다. 다들 착실히 재테크들 하더라고요. 청와대 감찰팀장도 5천만원을 브로커로부터 받았고, 강원랜드 사장님도 같은 브로커한테 6천만원 벌어들였잖아요. 현금이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방위사업청장은 백화점 상품권을 선택하셨잖아요. 어때요, 화끈하지요?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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