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권력자들은 미식을 탐닉했다. 그 가운데 절정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중국의 만한전석(滿漢全席)이다. 만한전석은 18세기 초 청나라 강희 황제가 자신의 회갑을 기념해 65살 이상 노인 2800명을 궁으로 초청한 잔치를 일컫는다. 이때 만주족의 음식과 한족의 음식을 총망라해 잔칫상에 올렸다. 낙타 봉, 곰 발바닥, 원숭이 뇌, 오랑우탄 입술, 코끼리 코 등으로 만든 총 180여 가지 산해진미가 사흘 동안 ‘겹치지 않게’ 제공됐다. 공자의 후손이 만한전석에 사용한 식기를 보전하고 있는데, 은으로 만든 그릇만 404개라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현재는 간소화된 만한전석을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중국의 대도시 식당에서 팔고 있다. 하지만 그 가격이 우리 돈으로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의 만한전석은 ‘한족과 만주족이 하나가 된다’는 통합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10년 7월 한국에 등장한 새로운 ‘황제식’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최저생계비 식료품비인 6300원을 지급받아 1일 빈곤층 체험을 한 뒤 홈페이지에 “황제의 식사를 했다”고 후기를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차명진식 만한전석’의 메뉴는 미트볼, 채소참치, 쌀국수, 쌀, 황도였다. 재료비는 다 합해서 4680원이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어이없다’를 넘어 분노 그 자체였다. 기사에 인용할 반응들을 찾다 보니 ‘육두문자’가 난무해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미투데이의 한 사용자는 “초등학생이 해병대 체험 끝나고 ‘재미있었어요’ 하는 거 같다”며 차 의원의 ‘철없음’을 질타했다. 미투데이의 또 다른 사용자는 “차 의원님 대단하심. 이제 국회의원 연봉 230만원으로 조정하기만 하면 국민 영웅이 되실 거다”라고 ‘똥침’을 날렸다.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오피니언넷부문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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