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사진의 제목은 ‘슬픈 저녁’이다. 오월의 어느 초저녁이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푸른 하늘과 살랑이는 바람, 그리고 속삭이듯 흐르는 청계천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사진 속 남자의 표정만 빼면 말이다. 서울 청계광장의 그 남자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양옆으로 힘없이 처진 입술이 남자의 고독을 말하고 있다. 의 제임스 딘을 향한 오마주였을까. 청계광장은 분명 금연 구역인데도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그래, 어차피 남자는 자유인이었다. 법질서, 타인의 인권, 공공의 평화 따위는 개에게나 줘버리라지. 남자에게 장뤼크 고다르의 를 권하고 싶다. 대신 범칙금 3만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전교조 명단 공개에 따른 대가 1억5천만원에 금연 위반 범칙금 3만원을 더해 합이 1억5천3만원 되시겠습니다.
청계광장의 그 남자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남자는 평소 격무에 시달린 나머지 빗자루 머리를 하고 나타나곤 했다. 이날만은 달랐다. 가지런히 2대8로 갈라 머릿기름으로 정돈한 차인표식 헤어스타일은 남자의 기대감을 상징하고 있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풀어헤친 셔츠는 또 어떤가. ‘나도 그렇게 꽉 막힌 남자 아니야’라는 듯 시크한 매력이 물씬 풍긴다. 시크한 도시 남자, 전교조에는 차갑지만 그래도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당연하지. 전교조 명단 공개에 따른 강제이행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도 남자는 세상의 모든 결식 아동 무상급식은 내가 다 책임지겠다는 기세였다. 시크한 도시 남자의 기세를 일주일 만에 꺾은 것은 ‘마누라의 살 권리’였다.
청계광장 그 남자의 오른손은 이날의 사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언뜻 라이터를 켜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오른쪽 상단 45도 각도를 향해 파리채를 쥐고 있다. 물론 음모론이다. 속 깊은 사진기자가 노란 파리채를 현란한 ‘뽀샵’ 처리로 없앴다는, 뭐 그런. 음모론이 성립될 수 있는 배경은 이날 예정된 ‘조전혁 콘서트’가 파리만 날린 채 결국 파행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출연할 예정이던 연예인들이 콘서트의 정체를 파악하고 죄다 발걸음을 돌렸다. 가수 남궁옥분씨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정치색이 없는 시민행사로 알고 수락했다가 뒤늦게 행사 취지를 알고 황당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이돌 그룹 애프터스쿨도 “행사 몇 시간 전에야 뒤늦게 공연 취지를 알게 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대신 ‘중년돌’이 무대에 올랐다. ‘가수’ 정두언 의원의 가 청계광장의 텅 빈 객석을 향해 구슬피 울려퍼지던 5월의 어느 초저녁, 시크한 도시 남자의 고독이 깊어지고 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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