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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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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미는 손길, 거두는 손길

등록 2009-11-11 10:33 수정 2020-05-03 04:25

1.
이 신설한 제1회 ‘손바닥 문학상’ 접수가 마감됐습니다. 모두 171편의 응모작이 몰렸습니다. 예심을 거친 작품들이 지금 최종 심사위원들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다음호(786호·11월16일 발매)에 당선작이 발표됩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독자 여러분의 호응에 감사드립니다. 갓난 문학상이 이렇듯 독자와의 교감을 넓혀주리라고는 미처 내다보지 못했습니다. 과연 777호 표지이야기처럼 ‘소설 쓰는 시대’인가 봅니다. 더욱이 이 손바닥 문학상을 제정한 뜻과 다르지 않게, 그러니까 힘없는 사람들의 작은 웅얼거림을 듣고 나쁜 세상의 뺨을 후려치고 착한 세상을 맞대어 악수하고 박수치기 위해 글쓰기의 힘겨운 전투에 기꺼이 뛰어드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겠습니다. 그런 분들께 자그마한 상이라도 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물론 당선되지 않은 분들께도 손바닥을 마주 쳐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새겨진, 동시대인에 대한 애정과 삶의 영원한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을 기억하며 다음번 공모 때 다시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릴 것입니다.

2.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해마다 인권친화적 보도·방송물을 추천·공모받아 ‘10대 인권보도’를 선정·발표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인권위로부터 의 ‘노동 OTL’ 시리즈가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은 ‘노동 OTL’이 10대 인권보도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뜻을 인권위 쪽에 정중히 전달했습니다. 이 행사의 취지는 “언론 종사자의 인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및 인권친화적 프로그램의 자발적인 제작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 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그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언론 종사자로서 인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다보면 현재의 인권위를 둘러싼 논란을 비켜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는 인권위 조직 축소를 집요하게 추진해 결국 관철시키는 등 인권위를 흔들어왔고, 급기야 현병철 위원장은 국회에서 “인권위는 법적으로 행정부에 속한다”고 그 독립성을 스스로 부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인권위의 성취와 신뢰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로 45개 시민·사회·인권단체들은 오는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인권위가 수여하는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것을 거부하는 운동까지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로부터 받는 작은 칭찬은 지금의 인권 현실에 대한 모욕이 될 수도 있다고 느꼈습니다.
잘한 일에 상을 주고 칭찬을 나누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거기엔 주는 이와 받는 이 사이의 교감이 전제됩니다. 인권을 어느 가치보다 중시해온 매체로서 은 10대 인권보도에 선정될 만큼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입니다. 인권위가 인권의 든든한 보루로서 명실상부한 독립기구의 제자리를 찾은 뒤, 다시 칭찬의 손길을 내민다면 더없는 기쁨으로 맞잡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손길을 거두는 것으로 안타까운 애정을 감추겠습니다.

박용현 편집장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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