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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봉창 두드리는 이-조 시대

등록 2009-05-26 14:56 수정 2020-05-03 04:25
[부글부글] 봉창 두드리는 이-조 시대. 사진 연합 임현정

[부글부글] 봉창 두드리는 이-조 시대. 사진 연합 임현정

빤따스틱 봉창 커플. ‘봉’과 ‘창’의 차이는 뭘까?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아닐 수 없지만, 논란은 ‘줄창’ 이어지고 있다. ‘5월16일 민주노총 시위대가 죽○을 사용했다.’ ○에 들어갈 정답은 ‘봉’이다. 법원과 검찰도 ‘죽봉’이라는데, 오로지 ‘죽창’이라 ‘합창’하는 커플이 있다. MB와 , ‘이-조 커플’이다. 가 ‘선봉’에 서고 MB가 ‘선창’했다. “수많은 시위대가 죽창을 휘두르는 장면이 전세계에 보도돼 한국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혔다!” 노동자의 ‘죽창’ 시위가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떨어뜨린다는 게 MB의 주장이었다. 아무리 ‘다이내믹 코리아’라지만, 아스팔트 바닥에 내리친다고 ‘죽봉’이 ‘죽창’으로 변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쯤은 외신 기자도 아는 상식. 물대포에 맞서기 위해 시위대가 급조한 ‘빠따(용) 스틱(stick)’을 ‘죽창’으로 둔갑시켜 홍보하며 국가브랜드 걱정하시는 ‘환상의 이-조 커플’을 본다면 외신은 이렇게 보도할지 모른다. “왓 어 빤따스틱 코리아~!”

당근 빠따 코리아. ‘왜인’은 ‘죽창’을 누구보다 잘 안다. 동학혁명 때 농민군에게 따끔한 ‘죽창’ 맛을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무라이 조’는 ‘죽봉’과 ‘죽창’의 차이를 알까? 모르긴 몰라도 ‘사무라이 조’는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하지 말라며 발끈할 것이다. 착각하기 쉽지만 ‘사무라이 조’는 ‘왜인’이 아니라 시민의 ‘애인’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무라이 조’는 ‘시민의 지팡이’를 자처하는 대한민국 경찰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제4기동대 302중대 조삼환 경감이 ‘사무라이 조’로 거듭난 것은 그가 보여준 ‘장봉신공’ 덕분이었다. 조 경감, 아니 ‘사무라이 조’는 5월1일 시민과 기자가 모인 서울 종로3가역 입구에서 ‘장창’이 절대 아닌 ‘장봉’을 붕붕 휘두르며 유감없이 ‘봉춤’을 췄다. 국가브랜드 과하게 걱정하는 분이라면 당근 ‘나이스빠따’ 했겠지만, 하마터면 맞을 뻔한 ‘외인’ 기자에게 ‘장봉’은 당근 ‘빠따’로 보였을 것이다. 국가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봉춤’을 추는 ‘사무라이 조’의 모습은 다음날 을 통해 전세계에 전해졌다. ‘외인’ 누리꾼이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왓 어 빠따~스틱(stick) 코리아~!”

12년 만의 외출. 이명박 대통령이 5월20일 경기 안성시 고삼면 대갈리의 농촌을 찾아 직접 모내기를 하며 농민과 어울려 막걸리를 걸쭉하게 들이켰다. 이 장면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졸속 협상으로 농심에 상처를 줄 때는 언제고, 변변한 농촌 대책도 없이 모내기쇼냐’ ‘셔츠가 새하얀 것을 보니 모내기하고 막걸리 마시는 사진 찍으러 간 것이 틀림없다’며 부정적으로 보지만 꼭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거의 모내기의 달인 수준이었다. 술도 ‘시바스리갈’을 좋아했지만, 모내기 뒤에는 꼭 막걸리를 찾았다(모내기한 뒤 논두렁에 앉아 양주 마시면 효과가 반감). ‘모내기’와 ‘막걸리’는 농촌을 사랑하는 ‘박통’의 애틋한 마음의 표시였다. ‘박통’의 애틋한 농민 사랑을 이어받은 것이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왕조시대에도 모내기와 막걸리는 제왕의 상징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모내기 이벤트를 맞아 청와대는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에 처음 모내기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민주정부 10년간만 없었고, 그전에는 계속 있었다는 이야기다. 응?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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