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는 1979년 강의에서 신자유주의의 정치적 측면에 대해 분석한 바 있다. 신자유주의 이념이 주요 국가의 정책으로 채택된 것이 70년대 중반인 것을 떠올려보면, 그의 철학적 시선은 매우 기민했다.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신자유주의를 비판적으로 연구하는 후속 작업에 깊은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의 분석의 날카로움은 고전적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사이의 정치적 차이를 드러내는 지점에 놓여 있다.
우선, 18세기의 자유주의는 교환의 보편적 이익이라는 관념 위에 서 있었다. 시장 참여자는 교환 과정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가지고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환 시장이 확대될수록 최대 이익을 보장하는 균형점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는 그 효용성을 전면적으로 의심받았다. 시장에 개입해 균형점 도달을 지체시키는 국가는 작을수록 좋다는 관념이 팽배해졌다. 더 나아가 정치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회의에까지 도달했다. 19세기에 들어서는, 시장의 본질이 교환이 아니라 경쟁에 있다는 생각으로 이동했다. 그렇긴 하지만, 이 이론적 변화는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아직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교환이건 경쟁이건, 그 과정과 결과는 ‘자연적인’ 섭리로 존중받아야 하며, 정치는 최소화되고 배제되어야 한다는 기조가 이어졌다.
반면, 20세기 초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새로운’ 자유주의는, 이름은 닮았지만, 정치적으로 전혀 다른 교리를 내포하게 된다. (신자유주의의 완성자라 할 만한 하이에크가 그 이름을 거부했다는 점을 상기하는 게 좋겠다.) 푸코의 분석이 크게 빛을 발하는 부분은 이 지점이다. (독일의)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은 경쟁이 전혀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후설을 인용하면서, 경쟁은 특정한 조건하에서만 나타나는 형상(form)과 같은 것이라고 이론화했다. 그렇다면 경쟁은 인간들의 충돌을 통해 ‘인위적으로’ 드러나게 해야만 한다. 그와 동시에 인간은 경쟁을 형상으로 삼아 새롭게 구성될 것이다. 여기에 정치의 자리가 있다. 정치는 경쟁을 전파하고 주입시키기에 유리한 모든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떠맡는다. 따라서 신자유주의하에서 국가는 ‘작은 정부’라는 수사 아래 공격적인 통치술을 수행한다. 이 통치 전략은 억압적이고 외면적인 방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내면적인 선택의 지점에까지 파고든다. 그 결과 사회의 각 영역에서 난폭한 서바이벌쇼가 벌어지지만, 이것은 자유가 구현되는 유일한 방식으로 간단히 받아들여진다.
경쟁력 강화의 대상은 국민?수많은 사례 중, 최근의 경우를 보자. 신경민 앵커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면서,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은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말은 믿기 어렵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정권 쪽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했다. 이건 그냥 유행어이거나, 아니면 정치적 압박을 줄임으로써 광고 수주율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보자는 뜻이다. 그런데 말을 조금 비틀어, 경쟁력 강화의 대상이 문화방송이 아니라 시청자나 국민이라고 보면 어떨까. 그러니까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국민들에게 경쟁심을 촉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사자의 말을 빌자면, 그의 마무리가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를 환기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 정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필화 사건을 통해 문화방송은 이러한 통치 전략의 중계소로 깊이 자리잡았다. 앵커의 멘트를 되돌려달라는 시청자의 함성은 신자유주의 이론가들도 인정했던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한다. 경쟁은 자연스럽지 않다.
이찬웅 프랑스 리옹고등사범학교 철학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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