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4일 경기 분당경찰서는 고 장자연씨 성 상납 의혹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한겨레 김명진 기자
사랑에 눈이 멀면, 하면 안 되는 짓도 한다. 이를테면 연인의 휴대전화·전자우편을 엿보는 일 같은 것 말이다. “이번 한 번만 보고, 또 보면 지옥 가겠습니다!” 외치고도 자꾸 엿보게 된다. 지난해 한 결혼정보회사가 20~40대의 성인남녀 520명을 대상으로 ‘연인의 휴대전화·전자우편을 몰래 본 적 있나’라고 물었더니 80%가 ‘있다’고 답했다. 여기, 전자우편을 보는 사람이 또 있다. 이분들은 ‘걸렸다 싶으면’ 당당하게 싹 다 본다. 서울지검 공안1부가 주경복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조사하면서 수사 대상자 100명의 전자우편을 최장 7년치나 봤단다. ‘압수수색 영장’만 있으면 전자우편을 파고드는 ‘삽질’엔 기한이 없다. 지운 편지함도 봤단다. 이거, 뭘 좀 안다. 애인의 전자우편을 엿볼 땐 지운 편지함, 보낸 편지함 등에서 ‘왕건이’를 건질 확률이 높다. 한데, 내 ‘왕건이’를 누군가 봤다면? 〈PD수첩〉광우병 편을 만들었다가 전자우편 압수수색을 당한 김은희 작가는 “내 사생활을 다 엿본 검사와 마주 앉을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고 했다. 대체 검찰은 누구를 향한 사랑에 눈이 멀었기에….
그래도 이런 건 진짜 하면 안 된다. 4월23일 새벽 3시, 일본 인기 그룹 ‘스마프’의 멤버 초난강(구사나기 쓰요시·36)이 도쿄의 한 공원에서 만취해 알몸으로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붙잡혔다. 술이 깬 뒤 사과를 했지만 이미 일본 전역이 발칵 뒤집힌 상태. 한국 언론들도 앞다퉈 이 ‘초난감한 상황’을 전했다. 그가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기업은 7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태세란다. 같은 날 밤, 한국에서도 사건이 일어났다. ㄷ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ㅂ(46)씨 등이 10대 여성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도촬’하려다 딱 걸렸다. 촬영에만 집중하다 옆에 ‘보는 눈’이 많음을 몰랐던 것. ㅂ사장은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잡혀갔다가 피해자와 합의를 보고 풀려났다. 사장님은 집으로 가셨다.
ㄷ재벌 계열사의 ㅂ사장처럼 ‘유력 언론사 고위임원’도 조용히 넘어가려나 보다. 4월24일 경기 분당경찰서는 고 장자연씨 성 상납 의혹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획사 관계자 3명, 감독 2명, 금융인 3명, 사업가 1명 등 총 9명이 입건됐다. 하지만 ‘핵심 의혹’으로 떠올랐던 ‘유력 언론사 고위임원’은 불기소 처분됐다. ‘ 고위임원은 어찌된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경찰은 “그러지 말고 이니셜로 하자. A씨”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브리핑룸 안엔 ‘에이씨’란 말이 난무했다. 경찰은 “고인이나 소속사 전 대표 김아무개씨의 통화 내역에 에이씨가 없다. 또한 고인이 에이씨를 만났다고 기록한 시각, 에이씨는 모 재단 이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밝혀져 혐의 없음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에이씨가 접대를 받기 위해 그들과 꼭 통화를 해야 하나? 고인이 에이씨 아닌 사람을 에이씨로 착각한 것일 거라고? 그나저나 경찰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 하루 전날인 4월23일에야 에이씨를 ‘방문조사’했다. 바쁜 그를 위해 그가 편한 시간·장소에 맞췄단다. 반면 고 장자연씨의 동료이자 그 역시 피해자인 Q양은 최면 조사까지 받았다.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있던 날, 전북 정읍에선 고 장자연씨의 49재가 열렸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에이씨는 ‘명예훼손’을 하는 이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이다. 역시 ‘에이씨~’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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