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근로조건과 저임금에 기초해 경제성장이 이뤄지고 이어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졌지만, 근로기준법 준수와 노동3권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빨갱이’라는 주장 또는 ‘노동자 이기주의’라는 비난이 사라지지 않는다.
대기업 노조 소속원도 잔업·특근을 계속해야 중산층의 삶을 누릴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노동귀족’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근로시간이나 부당해고와 관련된 근로기준법의 조항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농·수·축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경비원·검침원 등과 같은 ‘감시적 노동자’와 아파트·건물의 전기·냉난방 기술직 등 ‘단속적(斷續的) 노동자’에게는 근로시간 조항 적용이 배제된다. 감시적·단속적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기준도 예외다.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미약하고,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한 절차는 복잡하다. 적은 수의 근로감독관은 산재 예방은커녕 발생한 산재를 처리하느라 급급하다. 이상의 점을 개선하라는 ‘유엔사회권위원회’의 권고는 수용되지 않고 있다.
한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노동3권도 여러 장벽에 둘러싸여 있다. 해고 및 실업 상태 노동자가 노조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도록 하고 비조합원의 노조 임원 자격을 인정하라는 2002년 ‘국제노동기구’의 권고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섭 대상 및 쟁의행위 대상에서 노동조합 활동 관련 사항과 권리분쟁 사항은 배제돼 있다. 합법적 쟁의행위의 요건이 협소하게 설정돼 있어 쟁의행위는 항상 업무방해죄 등 형사제재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하는바, 파업권을 행사한 노조에 대한 형사소추를 중지하라는 2001년 유엔사회권위원회의 권고에 정부는 마이동풍식으로 행동한다. 국제노동기구가 수차례 권고에서 지적한 것처럼,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합법 쟁의는 극히 어렵다.
노사정위원회가 ‘합의기구’에서 ‘자문기구’로 격하될 예정이다. 지난 10년간 그나마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었던 공식적 통로가 닫히는 것이다. 노동을 비용으로 생각하고, 노동자를 억압과 관리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한 노사 평화는 요원할 것이다.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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