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합계 4475원, 대출 합계 983만3890원, 총 예치금 4475원, 순자산 -982만9415원.’
대학교 3학년인 한 대학생의 은행 계좌 잔고다. 지난 8월25일 세 번째 학자금 대출을 받아 3학년 2학기 등록을 했다. 그 주인공은 이아무개씨. “등록을 마친 안도감과 함께 씁쓸한 기분이 가시지 않고 마음을 심란하게 해” 싸이월드 광장에 자신의 ××은행 잔고를 공개했다.
아르바이트와 과외, 봉사활동에 학업까지. 그는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일과 대부분을 돈 버는 일과 공부하는 데 보낸다. 그가 한 달에 버는 돈은 40여만원. 대부분 생활비로 쓰인다. 차비 5만원, 식대 20만원(일주일 5만원), 음료수 및 간식비 4만원, 의류 등 피복비 5만원, 책값 10만원….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1천만원 가까이 되는 대출원금 상환은 꿈도 못 꾸는 현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매달 대출이자 3만7천원을 갚는 게 전부다. “알바도 시급 좋은 것만 했는데, 장학금도 꼬박꼬박 받는데…. 들어오는 돈, 나가는 돈이 같으니 대출원금을 갚는 것은 생각도 한 적이 없다”고 그는 푸념한다.
등록금 1천만원 시대. 그럼에도 등록금은 매년 물가 인상률을 뛰어넘어 7~15%씩 오른다. 신용카드 분할 납부, 학자금 대출 같은 보완책이 나왔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등록금을 비관한 대학생의 자살이 비일비재하고, 대학생 가운데 40%가 “등록금 마련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휴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씨의 게시글은 등록과 동시에 싸이월드 광장 ‘9월의 이슈공감’ 1위에 올랐다. 조회 수만 7만5천여 건에 달한다. 반응도 폭발적이다. “진짜 이 글 완전공감.”(반가운) “공감 가네요. 우리나라 대학생들, 집안이 넉넉하지 않은 이상 다 학자금 대출이죠.”(김동환) “학자금 밀려서 카드 정지당했다가 어제 풀었다. 세금 떼고 집세 내고 차비 내면 한 달 생활비 바로 거덜나는 요즘, 저 학자금 대출 다 채우려면 구만리~.”(정민정) “우리나라에서 내려가지 않고 오르기만 하는 세 가지. 물가, 자동차 가격 그리고 등록금.”(신용하)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게 이명박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란다. 그래서 내놓은 대책이 학자금 대출 금리를 7.8%에서 6%로 내리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그토록 원하는 ‘반값 등록금’은 공약 사항이 아니라고 하신다. 답답한 건 대학생과 이들의 부모들이다.
김미영 기자 한겨레 취재영상팀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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