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여기자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인터뷰를 요청하던 30대 방송사 여기자의 뺨을 톡톡 쳤다는 것. 그런데 정 의원 쪽의 대응은 경건한 격언 ‘일도이부삼빽’ 그대로다. 검찰이나 경찰에 자주 드나드는 피의자들 사이에 통용되는 이 격언은 말한다. ‘일단 도망이 최고, 두 번째는 무조건 부인, 그마저도 안 될 경우엔 세번 째로 빽을 쓰라.’ 정 의원은 항의하는 여기자를 뒤로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고, 뒤이어 “어깨를 치다가 얼굴에 손이 닿은 것”이라고 둘러댔다. 문제는 3단계 작전. 볼터치 장면이 카메라에 찍혀 빽이 있어도 쓰기 힘들게 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노련한 정 의원께서는 다른 빽을 심중에 두고 계신지도 모른다. 1992년 부산 지역 기관장들이 모여 관권선거 방안을 논의한 ‘초원복집’ 사건과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한 ‘광운대 동영상’ 사건을 생각해보라. 다들 악재라고 했지만, 결과는 지지표 결집의 호재로 작용하지 않았던가. 마침 초원복집 사건을 기획·폭로하는 데 가담했다가 되레 불구속기소라는 봉변을 당했던 당사자가 바로 정 의원 아니던가. 이때 터득한 표의 흐름을 이해하고 고단수 액션플레이를 한 것은 아닌지? ‘상식과 거꾸로 가는 표심’이 정 의원의 진짜 빽이 될는지 지켜볼 일이다.
가 또 낚였다. 지난 4월2일 영국 일간지 인터넷판이 만우절을 맞아 장난으로 올린 기사에 바탕해 “브루니 프랑스 대통령 부인이 영국 정부의 위촉을 받아 영국 사람에게 패션과 음식을 가르치는 문화대사로 나섰다”고 보도했다. 브루니 사진까지 곁들여진 3단짜리 국제면 사이드 기사였다. 같은 날 는 똑같은 내용을 “만우절용 황당 기사”라고 소개했으니, 다음날 사과문을 실어야 했던 의 가슴은 얼마나 쓰라렸을까. 는 지난 2월14일에도 엉뚱한 사진을 중국 후난 지역 폭설 사진이라며 1면에 게재하는 바람에 누리꾼들의 ‘웃음’을 사셨다. 로서는 한 달 보름여 만에 또다시 거짓말 같은 악몽을 꾼 셈이지만, 독자들로서는 만우절 ‘큰 웃음’이 고맙다. 그런데 회장님 소환될 때 몇 겹으로 에워싸드리는 기자와 직원 한두 명이라도 기사나 사진 체크 작업에 투입했다면 이런 사고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겹겹이 에워싸는 일은 일선 경찰서에서도 벌어졌다. 어린이 대상 강력 범죄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이명박 대통령도 어린이 납치 미수 사건이 발생한 경찰서를 친히 찾으셨다. “길을 나섰는데 경찰들이 50m 간격으로 쫙 깔린 거야. 대통령 일산 가는 것 때문이라던데, 오래간만에 그런 모습 보니까 웃기더라.” 며칠 전 술자리에서 이 얘기를 듣고 생각했다. ‘그 경찰관들 그 시간에 납치범 잡으러 다녀야 하는 것 아냐?’ 하지만 이런 의문이 무색하게도, 대통령의 방문에 화답하듯 경찰은 불과 몇시간 만에 범인을 잡아 대령했다. 하기야 대한민국 경찰, 범인은 잘 잡는다. 강화도 총기탈취범도, 남대문 방화범도 ‘일도이부삼빽’은 통하지 않았다. 문제는 유명한 사건의 경우에만 그렇다는 것. 장삼이사들이 신고하고 제보한 수많은 사건들마다 발빠르게 움직여 순식간에 해결하는 ‘민중의 지팡이’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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