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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노무현, 이명박 그리고 정연희

등록 2008-03-21 00:00 수정 2020-05-03 04:25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저, 1만5천원 손해 보시는데요?” 모니터를 보며 재빠르게 자판을 두드려대던 은행 여직원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네…. 아무래도 더 떨어지지 않겠어요?” 모기만 한 목소리로 겨우 대거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일이 시작된 것은 귀 빠지고 처음으로 적립식 펀드라는 것에 가입한 1년2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겨울 날씨는 흐렸고, 언제나 그렇듯 연말에는 2천을 찍을 것이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장밋빛 전망이 신문 지면을 도배하고 있었다. 설마! 지난해 여름을 지나면서 거짓말처럼 주가는 뛰기 시작했고, ‘죽기 전에 이런 날이 오는구나’라는 증권사 직원들의 외마디만큼이나 극적으로 종합주가지수는 2천을 돌파하고 말았던 것이다! 신난 사람들은 너도나도 증권사 창구로 몰려갔으며 모 증권사의 히트 상품인 인사이트펀드는 동네 유치원생도 다 아는 보통명사가 돼버렸는데, 연말까지 3천을 찍을 것이란 ‘그분’의 호언장담과 달리 다시 주가는 추락하는 중이다. 이쯤에서 털어버리면 본전은 건질 텐데. 당신의 선택은?

“사실 다, 눈 가리고 아웅 아니야?” 서울시 교육문화위원회를 이끌고 계신 우리의 정연희 위원장님께서는 하늘을 보며 억울하다는 듯 가슴을 치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실, 우리 인생이란 그 자체로 모순과 불합리의 결집체가 아니었던가. 붕어빵엔 붕어가 없고, 개떡에는 개가 없으며, 냄비우동이 냄비에 담겨나오긴 하지만, ‘오후 10시면 수업 끝’이라는 규정을 지키는 학원은 대개 없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고시원에는 ‘절대’ 고시생이 없다. 하여, 우리의 위원장님은 ‘오후 10시’라는 제도의 경직성과 ‘오륀지’가 난무하는 현실적 욕망을 조화시키려는 존재론적 고민 끝에 ‘학원 24시간 영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드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른들이 일하다 과로해서 죽었다는 말은 있어도, 학생들이 공부하다 피곤해서 죽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위원장님의 단순무식한 사자후에 대한민국이 떨었고, 웬만한 기습 공격에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던 청와대 그 양반마저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며 한마디 거들기에 나섰다. 지난 5년 동안 이렇게 스트레이트한 내공을 보여준 사람은 단 세 명뿐이었다. 노무현, 이명박, 그리고 정연희!

왜 그랬을까. 세상엔 어려운 일도 있고, 알 수 없는 일들도 많으며, 간혹 알고 싶지 않은 사건들도 생기게 마련이다. 얼마 전 경기 수원에서 발견된 여자아이의 토막 주검이 지난해 안양에서 실종된 두 초등생 여자아이 중 한 명의 것으로 확인됐다. 죽은 아이의 부모는 오열했고, 행방을 알 수 없는 아이의 부모는 가슴을 쥐어뜯었다. 왜 그랬을까. 한때 잘나가던 프로야구 4번 타자는 사귀던 여성과 그의 세 딸을 잔혹하게 죽인 뒤 암매장했다. 딸들은 남자를 “엄마와 재혼할 아저씨”라고 불렀다 한다. 돈 때문이었을까.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고, 그 주검을 토막쳐 암매장하지만,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설명하는 사람은 없다. 무간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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