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재현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catalunia@hani.co.kr
“하느님이 아담에게서 갈비뼈를 취해 여자를 만드시니라.” 성서 창세기에 따르자면 사람의 ‘갈비뼈’는 여자의 근원이자, 사랑의 상징이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에서 ‘갈비뼈’가 분노의 대명사가 되었다.
갈비뼈가 없어 숨쉬는 것조차 힘든 김온유(21)씨를 병원 쪽에서 퇴원시키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이 뿔났다. 온유씨 아버지 김준영(50)씨가 지난해 ‘선천성 흉곽 기형증’을 앓고 있는 딸의 안타까운 모습을 영상에 담아 한 라디오방송 사용자제작콘텐츠(UCC) 공모전에 보내면서 누리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갈비뼈가 사라진 온유씨’로 불린다. 온유씨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투병생활을 해왔는데 치료 도중 갈비뼈가 모두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 현재는 스스로 숨도 쉬지 못하는 상태다. 해맑게 웃고 있는 UCC 속의 온유씨를 보며 누리꾼들은 하루빨리 그가 치유되기를 기원해왔다.
하지만 병원 쪽이 온유씨의 퇴원을 은근히 종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 열띤 반응이 일었다. 게다가 2001년 ‘단순한 감기인 줄 알고 병원에 들렀다가 오진으로 인해 엉뚱한 수술을 받아 이렇게 됐다’는 온유씨 가족의 주장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들끓었다. 누리꾼 지누는 지난 2월24일 다음 ‘아고라’ 청원게시판에 “대한민국의 책임 안 지는 병원. 오진으로 한 여인의 인생을 망친 의사는 온유양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는 청원을 시작해, 2월28일 현재 4500여 명의 누리꾼들이 참여했다. 온유씨의 동영상과 청원글에는 댓글이 수없이 이어지고 있다.
온유씨 부모는 쏟아지는 누리꾼의 격려와 공분이 고마울 따름이다. 어머니 하남미(50)씨는 “누리꾼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고 있어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준영씨는 누리꾼의 이런 반응 때문에 병원 쪽이 오히려 온유씨를 퇴원시킬까 걱정이다. 김씨는 “우리를 내쫓지 말고 끝까지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병원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오진에 의한 의료사고’라는 주장을 하고 있고, 누리꾼들은 이로 인해 의료진을 비난하고 있지만 병원 쪽의 주장은 다르다. 의료사고가 아니라, ‘희귀질환’이라는 것이다. 병원 쪽 관계자는 “온유씨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우리도 할 만큼 다 한 거다. 오진은 없었다. 퇴원해서 외래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동영상에서 만날 수 있는 온유씨는 목에 산소호흡기를 꽂고 호흡마저 힘들게 이어가고 있다. 온유씨의 꿈은 선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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