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권 한겨레21 편집장 jjk@hani.co.kr
‘불도저’. 널리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별칭입니다. 현대건설의 최고경영자(CEO) 이력에다 청계천 건설 같은 행정 실적이 어우러져 나왔을 텐데, 이젠 국제적으로 통용됩니다. 미국의 경제통신 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지난해 말 2007년에 돋보인 인물에게 익살스런 상을 시상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페섹이 칼럼을 통해 이 당선인에게 주자고 한 상이 바로 ‘불도저 상’입니다.
확실히 이 당선인에겐 불도저가 상징하는 ‘개발의 DNA’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내재돼 있나 봅니다. 근거가 불확실한 이런 일화가 나돈 것도 그의 개발 DNA와 연관이 있을 겁니다. 이 당선인이 지난해 8월 대선 후보 신분으로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지리산 노고단에 올랐을 때 일입니다. 그는 노고단 길에서 확 트인 주변을 둘러보다 이렇게 한마디 했다고 합니다. “아직 개발이 덜 됐어.”
그 불도저 정신이 대통령 취임도 전에 큰일을 저지르려 합니다. 환경 파괴와 경제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간간이 그의 주변에서 나오는 “충분한 토론”은 그저 ‘립 서비스’일 뿐, 목표를 향한 돌진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그에게 한반도 대운하는 분명 ‘유혹’입니다. 그는 대운하 건설을 경기 활성화와 실업률 해소, 그리고 7% 성장률 달성이라는 가시적 실적을 이루는 확실한 지름길로 여긴 듯합니다.
하지만 그 유혹은 달콤하되 ‘치명적’입니다. 은 지난 2006년 9월 시민단체 활동가, 대학교수 등과 답사단을 꾸려 경부운하 구간인 한강~낙동강 530km 물길을 답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내렸습니다. “경부운하는 썩는다.” 특히 배가 다니기에 수량이 충분하지 않은 낙동강 곳곳에 수량 유지를 위해 댐을 만들 경우 물이 썩어 1천만 영남 주민의 젖줄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번호에선 돈, 정확히는 세금 문제를 따져봅니다. 이 당선인 쪽은 “민자사업으로 하는데 무슨 세금 얘기냐”라고 억울해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민자사업의 당사자인 건설업체들은 한목소리로 “수익성 보장”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웁니다. 이 당선인이 반박하기 어려운 경제논리입니다. 한반도 대운하 특히 경부운하의 물류효과 등에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만큼, 이명박 새 정부가 운하 건설을 강행한다면 방법은 하나, 민자사업자의 수익성을 어떤 형태로든 보장해주는 것뿐입니다. 그것은 곧 여태껏 보지 못했던 엄청난 크기의 ‘세금 먹는 하마’의 출현을 뜻합니다. 그 상상하기도 싫은 미래를 들여다봐 주십시오.
이 당선인이 ‘치명적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토건국가 프로젝트를 밀어붙인다면 그것은 분명 재앙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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