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권 한겨레21 편집장 jjk@hani.co.kr
질문 하나. 북극곰은 동료 곰을 잡아먹을까요, 잡아먹지 않을까요? 답부터 말한다면 ‘먹는다’입니다. 북극곰은 원래 ‘동족 포식’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1999년 북극권 스발바르제도에서 동료에게 먹이가 된 북극곰이 처음 발견됐습니다. 원인은 굶주림입니다. 북극이 녹아내리면서 이동이 어려워져 먹이가 부족해지자 동료를 먹잇감으로 삼을 수밖에 없어진 겁니다. 이 알래스카에서 이런 북극곰의 비애와 마주한 것은 2006년 8월입니다.
질문 둘. ‘미래의 아틀란티스’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는? 답은 적도의 섬나라 투발루입니다. 면적이 2.6㎢에 불과한 이 나라의 수도 푸나푸티섬에선 매달 보름과 그믐에 두 번씩 죽음이 차오르는 경험을 합니다. 이때가 바닷물이 가장 높이 들어오는 사리여서 물난리를 겪기 때문입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투발루는 이번 세기 안에 바닷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투발루의 운명과 마주한 것은 2007년 2월입니다.
질문 셋. 남극 하면 생각나는 동물은? 상대적으로 쉬운데, 답은 물론 펭귄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도 우리의 다음, 혹은 그다음 세대에겐 어쩌면 어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따뜻해진 날씨 탓에 먹을거리가 줄면서 아델리펭귄이라는 종류는 최근 25년 사이에 65%가량 줄었답니다. 은 2007년 12월 남극의 킹조지섬에서 펭귄의 불안과 마주했습니다.
그렇게 1년6개월 가까이 걸렸습니다. 북극에서 시작해 적도 투발루를 거쳐 남극까지, 은 따뜻해지는 지구가 빚어낸 재앙의 현장을 답사했습니다. 이번호는 지구촌 환경위기 탐사보고 3부작의 마지막편인 셈입니다.
걱정은 이 마지막편이 완결편이 아니라 예고편이라는 데 있습니다. 가속도가 붙은 산업화와 도시화, 화석연료의 사용은 한층 지구촌을 덥히고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지만, 인간의 이기심은 재앙을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책임을 내 탓이 아닌, 네 탓으로 돌리기에 바쁩니다.
최근 는 새롭게 떠오르는 지구촌의 여행지 몇 곳을 소개했습니다. 거대 빙하가 녹아내리는 파타고니아, 산호초가 죽어가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만년설이 흘러내리는 킬리만자로, 남극과 북극…. 지구온난화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의 명소’를 둘러보는 오지여행인 셈인데, ‘둠 투어’(Doom-tour)라는 그럴듯한 이름까지 붙었답니다.
하지만 이 여행마저도 역설적으로 ‘둠’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비행기나 선박 등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물론이고 호텔과 도로 건설이 환경 파괴와 온난화를 가속화한다는 겁니다. 온난화의 피해를 직접 접하며 경각심을 높일 수 있기에 ‘친환경 여행’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환경 재앙까지도 ‘돈’으로 연결시키는 인간의 이기심이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이번호에 등장한 펭귄들은 똘망똘망하지만 처연한 눈으로 우리의 이기심에 질문을 던집니다. 정말 길은 없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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