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자유기고가 groove5@naver.com
바지[baζi] 명사.
아랫도리에 입는 옷 가운데 하나. 위는 통으로 되고 아래는 두 다리를 꿰는 가랑이로 만들어졌다. 배를 뜻하는 ‘바지’는 영문자로 ‘barge’라 표기되는 외래어다. 운하나 하천, 항내에서 사용하는 밑바닥이 편평한 화물 운반선을 가리킨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경부운하에 떠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배가 바로 ‘바지’이다.
축축한 바지가 선고를 받았다. 10월22일 광주 남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군이 오전 9시30분경 학교 강당에서 학예회 연습 중 실수로 오줌을 싸자 담임 교사는 3시간형을 내렸다. ○군은 젖은 바지를 입은 채 오전 내내 교실 앞에 서 있어야 했다. 담임 교사에 따르면 바지가 잘 마르도록 볕이 드는 곳에 세워두었단다. ○군은 원래 방광이 약하다고 한다. 바싹 말린 바지는 예의범절의 표상이다.
잃어버린 바지도 선고를 받았다. 일자리도 앗아갔다. 세탁소에 맡긴 바지를 분실했다는 이유로 한인 세탁소 주인에게 5400만달러(약 5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패소한 미 워싱턴 행정법원의 로이 피어슨 판사는 10월30일 10년 임기의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채 해고당했다. 세상은 바지에 목숨 거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려 입은 바지도 선고감이다. ‘새기 팬츠’ 혹은 ‘똥 싼 바지’라 불리는 이 스타일은 치수가 큰 바지를 엉덩이 부근까지 내려 속옷을 노출해 입는 방식으로 1990년대 초반 힙합의 인기를 등에 업고 미국에서 대중화됐으나 최근 몇몇 지역에서 단속 대상에 올라갔다. 2004년에 이미 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표현의 자유를 구속한다는 반발에 밀려 무산됐다. 올해 들어 루이지애나와 애틀랜타 등지에서 시의회를 중심으로 바지 단속법이 만들어졌다. 바지는 허리까지 올려 입는 것이라고 법이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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