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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이번 주는 3전3무 혹은 3전3패

등록 2007-10-19 00:00 수정 2020-05-03 04:25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아니 중동도 아닌데 성전(聖戰)이 터졌다. 불자들의 성전, ‘조조전’이 발발했다. 전대협, 전노협, 전두환 삼전씨가 역사의 저편으로 퇴장한 이후에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양 조씨, 조계종과 의 조조전이 한창이다. 조계종 사찰의 입구에는 ‘조선일보 구독을 거부한다’는 격문이 내걸리고, ‘불교왜곡 종교음해 조선일보 거부한다’는 배너가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언감생심 안티조선 운동이 오늘의 영화를 꿈꾸었을까. 당연히 유사 이래 최대의 안티조선 운동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변-신 스캔들을 자꾸만 절집의 불륜으로 그려온 의 업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천상천하 유아독선’으로 받아적는 식 정론직필의 필연이다. 성철 스님이 일찍이 설파하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처럼 “신정아는 신정아요, 변양균은 변양균”인데 말이다. 한편에선 불교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으니, 세간에는 양비론이 기승을 부린다. 양쪽이 모두 비겼다는 양비론, 그리하여 승자 없는 전쟁.

종군기자도 그들처럼 처절하긴 혹은 철저하긴 힘들다. 기사송고실 폐쇄로 정부부처 건물 복도로 밀려난 그들은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아놓고 무릎 꿇고 혹은 엎드려 기사를 보내는 직접행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로를 동업자이면서 경쟁자로 여겼던 그들의 애매모호한 관계는 ‘놈현’ 앞에서 단숨에 동지로 변했다. 그들의 일심단결의 대오는 부총리의 브리핑을 거부하는 일치단결도 선보였다. 정부의 정책을 거부하는 그들의 아나키 정신은 그렇게 찬연히 빛났다. 대개의 기자들이 무단점거 운동의 전통을 오늘에 이어받아 부처의 휴게실 등에 죽치고 앉아서 ‘개기는’ 스쿼팅 운동을 벌였고, 게릴라 정신이 투철한 일부 기자는 신식 무기인 무선 모뎀을 장착하고 기관에서 암약하며 번개같이 기사를 송고하는 고도의 선전전을 벌였다. 역시나 놈현스러운 방안에 기자스러운 대응이다. 국립국어원이 최근에 발행한 에 실린 ‘놈현스럽다’는 말의 뜻은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 내년에 추가할 신조어 ‘기자스럽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로 짐작된다. 그런데 어쩌나. 네티즌의 다수가 그들의 저항에 동조하지 않는다니. 그래도 그들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됐으니 다행이다. 펜은 총보다 강하지만, 선은 펜보다 강하다, 인터넷 선이 없으면 기사도 없다는 사실을 국민은 배웠다.

승자 없는 싸움이라면 이분들을 빼놓고 논하긴 어렵다. 민주신당의 대선 경선 후보 여러분들.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누가 누구의 명의를 도용하고 누가 누구를 음해했는지 모르겠으나 이분들의 전쟁은 이전투구 아니 삼전투구, 승자 없는 싸움의 전형이다. 이들이 이제는 삼보일배, 삼천배를 한다 한들 삼삼칠 박수를 치기 어려운 ‘삼마이’ 삼파전이다. 말하면 입만 아프다. 그리하여 이번주는 3전3무 혹은 3전3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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