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이번주는 3승이다. 그들은 긴장된 얼굴로 법정에 앉아 있었다. 주인공은 고려대 병설 보건전문대생에게 본교 총학생회장 투표권을 달라고 주장하며 학교 본관을 점거하고 교수님을 감금했던 고려대생 일곱 명이었다. 학교는 그들에게 괴씸죄를 물어 ‘출교’ 징계를 내렸다. 출교란 재입학이 가능한 퇴학과 달리 학생들을 학교에서 영구 추방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 신문과 방송에서 학생들의 잘못은 크지만, 출교는 심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때 학생들의 가장 큰 잘못은 본관으로 쳐들어간 것도, 그래서 선생님들을 17시간이나 ‘감금’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선생님들을 잡아두고 자기들끼리 김밥과 고려대 명물 ‘영철 버거’를 시켜먹는 패륜을 저지르고 말았다. 일부 배고픈 교수들이 “좀 달라”며 학생들에게 다가갔지만, 대다수 교수들이 “먹지 말라”며 제재했다는 후문이다. 배부른 판사는 “학교 쪽의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해 무효”라며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래서 1승이다.
긴장된 얼굴로 앉아 있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헬기조종사인 피우진 예비역 중령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유방암 투병 이후 신체검사에서 2급 장애 판정을 받고 강제 퇴역당했다. 생각해보면 참 긴 군생활이었다. 1979년 군에 입대한 피씨는 2006년 군에서 겨날 때까지 28년 동안 군에서 생활했다. 그 시절 여자 군인의 병과는 행정·기술·전투·의무·법무와 같은 ‘여군’이었다. 남자 군인들의 극심한 차별 아래서 소령 소대장(소대장은 보통 소위다)과, 중령 중대장(중대장은 보통 대위다)을 맡았다. 피씨는 암에 침범된 유방을 잘라냈고, 국방부는 “유방이 없다”며 그를 군에서 쫓아냈다. ‘양쪽 유방 절제’는 군인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전역 사유가 된다. 재판부는 “수술 경과가 양호하고 향후 완치 가능성이 90% 이상인 점 등을 보면 피씨가 현역으로 복무하는 데 장애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피씨는 “정년까지 남은 2년 동안 후배들에게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정신을 못차린 국방부는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2승이다.
강의석씨는 “오래 기다렸는데 기쁘다”고 말했다. 2004년, ‘종교의 자유’라는 화두를 들고 한국 사회에 둔중한 충격을 던졌던 강씨는 어엿한 청년으로 변해 있었다. 그가 다니던 학교는 한국 교회의 장자교단의 장자교회 영락교회가 운영하는 대광고였다. 그는 고교 3학년이던 2004년 6월 ‘모든 학생은 예배에 참석해야 한다’는 학교 방침에 맞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외쳤다. 교육부 기자실로 들어와 보도자료를 돌렸고, 지금은 혜화경찰서로 변한 옛 동대문경찰서 기자실로 전화를 걸어 학교 앞 ‘쌍둥이네 떡볶이 집’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학교는 그를 제적했고, 강씨는 법정 투쟁을 거쳐 학교로 복귀했다. 법원은 “선교를 이유로 학생들이 평등하고 공정하게 누려야 할 교육권이나 학습권을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대광고는 강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래서, 이번주는 3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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