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석 한겨레 교육서비스본부 교육콘텐츠팀장kimcs@hani.co.kr
논리적인 글쓰기를 할 때 설계도를 그리는 일은 글의 성공 여부와 깊이 관련돼 있다. 설계도를 제대로 그리고 쓴 글은 한 번 읽어도 쉽고 명확하게 이해된다.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어도 그것을 쉽고 설득력 있게 써내지 못하면 논리적인 글쓰기 솜씨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설계도를 그리지 않은 글의 경우 글을 읽는 과정에서 목에 가시가 걸리는 것처럼 자꾸 걸리는 느낌을 받게 된다. 논리적인 흐름이나 구성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은 탓에 생겨나는 일이다.
이런 차이는 전적으로 설계도를 제대로 그렸는지의 차이에서 온다. 논리적 글의 경우 잘 쓴 글인지를 확인해보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쓰여진 글을 정해진 설계도 포맷에 따라 거꾸로 재구성해보는 것이다. 설계도가 잘 그려진다면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설계도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면 좋은 글이라고 보기 힘들다. 즉, 설계도와 실제 쓰여진 글 사이의 호환이 짧은 시간 안에 쉽게 이뤄지는지 여부는 논리적 글이 잘 쓰여졌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설계도를 그리는 방법에 대해 따져볼 일이다. 처음부터 주제만 갖고 설계도를 그리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글을 한번 먼저 써본 뒤에 쓰여진 글에 맞게 설계도를 정리해보는 방법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자기 글의 단점도 금세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설계도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로는 논지, 논거, 중심개념어, 인상적인 표현 등이 있다. 먼저 논지는 주장하는 바를 가리킨다. 논리적 글은 어떤 주제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글이기 때문에 주장하는 바가 한두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어야 한다. 한두 문장으로 요약이 잘 되지 않는 글이라면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 어떤 글의 경우에는 글의 전반부의 주장과 후반부의 주장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런 글은 논지의 일관성이 부족한 글이다. 논지의 일관성이 부족한지 여부도 설계도를 그리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논지를 정리했다면 논거를 확인해야 한다. 논거는 어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자신이 몇 가지 논거를 펼쳤는지를 먼저 확인해본다. 각각의 논거를 한두 문장으로 정리한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논거가 문장으로 정리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다면 자신의 논거가 제대로 정리됐는지를 의심해봐야 한다. 논거가 너무 일반적이면 재미가 없어진다. 중요하지 않은 논거를 중요하게 거론한다든가, 이상론적인 이유만을 대는 것도 부적절하다. 논증의 전제가 수용 가능하고, 결론과 연관되며, 적절하고 충분할 때에만 좋은 논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논거를 쓸 때는 이런 조건에 합당한 내용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중심개념어는 논의의 중심축에 위치하는 단어를 일컫는다. 중심개념어는 자신이 하려는 주장의 핵심을 담고 있어야 하고 정확해야 한다. 진부한 개념어는 글을 고루하게 만드는 반면, 새롭게 논의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개념어라면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반드시 거론해야 하는 개념어를 썼는지를 확인하는 일도 설계도를 그리는 과정에 포함될 부분이다.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인상적인 표현들이 얼마나 쓰여졌는지도 설계도에 포함시키면 좋다. 이미 쓴 글을 설계도로 요약해보는 연습을 반복한 뒤에야 비로소 주제를 본 뒤 설계도를 그리는 일이 가능해진다.
한겨레 인기기사
“교단에 서는 게 부끄럽다”…‘나는 왜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나’
[영상] 박정훈 대령 “윤 격노는 사실…국방부 장관 전화 한 통에 엉망진창”
음주운전·징계도 끄떡없던 강기훈 행정관, 결국 사의 표명
[속보] “우크라군, 러시아 ICBM 발사”
관저 ‘유령 건물’의 정체 [한겨레 그림판]
두바이서 로맨스 한 죄 무려 ‘징역 20년’…영 10대, 정부에 SOS
[속보] 우크라 공군 “러시아, 오늘 새벽 ICBM 발사”
홍철호 사과에도 “무례한 기자” 파문 확산…“왕으로 모시란 발언”
[단독] 대통령 관저 ‘유령 건물’…커져 가는 무상·대납 의혹
이기흥 체육회장, 직무정지에도 출근…문체부 처분 정면 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