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석 한겨레 교육서비스본부kimcs@hani.co.kr
“간략하되 뼈가 드러나지 않아야 하고, 상세하되 살찌지 않아야 한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글쓰기에 대한 사유를 녹여놓은 (고전연구회 사암 지음, 포럼)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좋은 문장의 조건을 이르는 이 말을 보고 있노라면 예나 지금이나 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간소한 글이 좋은 글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군더더기가 글에 포함된다. 미국에서 글쓰기 방법론의 고전으로 인정받는 윌리엄 진서의 (돌베개)를 보면 저자는 “버릴 수 있는 만큼 버리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난삽함이나 군더더기와 끊임없이 투쟁해야 모든 문장에서 가장 분명한 요소만 남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문제는 어떤 요소가 군더더기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인데, 글쓰기에 관한 여러 글에서 강조하는 것을 정리해보면 다음의 4가지에 유의해야 한다.
먼저 중복 표현이다. 뜻은 보태지지 않으면서 공간만 많이 차지하는 경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복되는 표현은 뜻밖에 많다. ‘최종 결론’은 그냥 ‘결론’이라고 써도 된다. ‘확실히 표시하다’에서 ‘확실히’는 군더더기다. ‘마음의 갈등’은 그냥 ‘갈등’으로 써도 무방하다. ‘보충 설명을 추가하다’ 같은 표현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이 쓴다.
두 번째는 수식어다. 형용사와 부사 대신 명사나 동사 위주로 구성되는 문장을 많이 쓰는 게 좋다. 명사와 동사가 나무의 기둥이라면 형용사와 부사는 가지나 잎과 같다. 물론 문학적 글쓰기에서는 좀 다를 수 있지만, 실용적 글쓰기 영역에서는 형용사와 부사의 남발이 군더더기로 작용하는 때가 많다. 수식어가 과하면 아름다운 ‘쌩얼’을 짙은 화장이 가리는 꼴이 된다.
접속사도 자주 쓰면 군더더기가 된다. ‘그리고’나 ‘그러므로’를 문장이 바뀔 때마다 쓰는 버릇을 가진 이가 있다. 또 문단이 바뀔 때마다 접속사를 써야 한다는 강박증을 지닌 이도 있다. 문단을 바꿀 때도 내용이 자연스럽게 흐른다면 굳이 접속사를 쓸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꼭 써야 한다면 ‘불구하고’는 빼도 대부분 뜻은 통한다. 접속사를 자주 쓰면 글의 흐름이 끊어지고 읽는 맛도 떨어진다. 글의 분량을 차지하는 것보다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 더 문제다.
마지막으로 문장의 어미에 별 의미를 더하지 않는 말을 쓰는 경우다. ‘개척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개척할 수 있다’고 하면 된다. ‘훌륭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는 ‘훌륭하다’나 ‘훌륭할 것이다’로 줄이는 게 낫다.
‘~에 있어서’ ‘~와 관련하여’ ‘~에 대하여’ 같은 표현을 자주 써도 문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구어체식이 아닌 문어체식이어서 뭔가 목에 걸리는 느낌도 준다. ‘돕기 위한 차원에서’는 ‘도우려고’로, ‘들러보기 위해’는 ‘들러보려’로 바꾸면 된다. ‘~할 경우’도 자주 쓰면 안 좋다. ‘~에 따르면’을 ‘~을 보면’이라고 고쳐써도 좋다. 본딧말로 괜히 문장을 길게 할 필요도 없다. 될 수 있는 대로 준말로 써야 그나마 글이 줄어든다. 불필요한 단어, 반복적인 문장, 과시적인 장식, 무의미한 전문용어를 무의식적으로 쓰는 버릇이 있다면 글의 다이어트를 위해 과감히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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