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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운하 찬가

등록 2007-10-05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노경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sano2@news.hani.co.kr

전도가 양양해 보이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화려한 공약들 중에서 앞날이 그다지 빛나 보이지 않는 공약은 ‘한반도 대운하’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서도 “당의 공식 후보도 되고 했으니, 이제 대운하 공약은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 겸 제안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땅 건설 현장이 어디 논리로 움직이나? ‘하면 된다’ 이고 ‘안 되면 되게 하라’다.

63살의 이재오 최고위원이 추석 연휴 4박5일간 ‘한반도 대운하’ 예정지인 낙동강~한강 물길을 답사하면서 보여준 것도 ‘노익장’과 ‘단순무식의 힘’이다. 부산 을숙도에서 서울 여의나루까지 500여km를 자전거로 달린 뒤 이 최고위원은 “오히려 그대로 놔두면 환경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운하는 가능하고 꼭 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토록 국민적 걱정과 비판의 소리가 높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강행’을 고수하는 데는 나름의 정책적 소신 못지않게 일각의 확고한 ‘지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노래까지 만들어져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경제건설/ 한반도 대운하 환경개선 관광개발/ 선진한국 활짝 여네~/ 온 몸으로 부딪쳐라! 희망이 보인다/ 주어진 일에 최선 다해 찌든 가난 물리치고/ 밝은 미래 가꾸며 신화를 만든다.”

이 노래의 작곡가 김종호씨는 “작품활동의 일환이자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한국 경제의 표상으로 우뚝 선 이명박 전 시장님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의 뜻”이라며 운하 찬양과 함께 이 후보의 일대기, 좌우명, 공약 등을 노래에 담았다.

하지만 블로그 공간에서 이 노래에 대한 평가는 작곡가의 바람과 큰 차이가 난다. “70년대 새마을운동 노래보다 더하다. 가사가 참 슬프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 시대의 명곡 ‘한반도 대운하’ 완전판 감상’이라는 포스트에 노래를 이글루스로 옮겨놓은 한 블로거는 이렇게 평했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30분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한반도 대운하~’라는 대목이 입 안에서 맴돈다. 4음보 가락이 충격과 공포의 감동을 자아낸다. 노래를 부른 가수가 이 후보의 지지자일까요? 아니면 고도의 지능형 안티일까요? 그냥 관심을 받아보고 싶은 걸까요?”

한 누리꾼은 이 노래를 듣고는 우주 여행을 체험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떠나가려고 합니다.”(올블로그 b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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