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권 한겨레21 편집장 jjk@hani.co.kr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가능하거나 무모해 보이는, 그래서 승산이 없는 승부를 하려는 사람을 빗댈 때 흔히 쓰입니다. 6년 전 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징역을 사는 소수자의 문제를 다뤘을 때, 어쩌면 속마음으론 이 속담을 되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병역 의무 이행을 남성의 제1 책무로 부과한 철옹성 같은 한국 사회에서 ‘제3의 길’을 찾는다는 건 상상, 아니 몽상이었을 테니까요.
은 2001년 2월15일치(345호)에서 ‘차마 총을 들 수가 없어요’라는 제목의 기사로 첫걸음을 뗐습니다. 수십 년을 묻혀왔던 ‘여호와의 증인’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삶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들은 묻습니다. 이 땅에서 자신들이 갈 곳은 감옥뿐인가라고.
자신의 병역거부로 현역 중장(군수사령관)이던 아버지가 예편할 수밖에 없었던 한 젊은이의 사례는, 우리가 국가주의라는 허울에 얼마나 갇혀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자화상이라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 젊은이 역시 실형을 살았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수형자 가족모임’이 지난해 여호와의 증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1950년부터 2006년 5월까지에만 1만2324명이나 됩니다.
의 인터넷 사이트>(www.hani.co.kr/h21)에서 ‘양심 & 병역거부’를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습니다. 두 단어가 함께 들어가는 기사나 칼럼, 독자투고 등이 모두 154건 검색됐습니다. 6년 이상을 참 고집스럽게도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매달려온 셈입니다.
그리고 이젠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다른 속담을 떠올려봅니다.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 일도 오래 지속되면, 큰 결과를 낳는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지난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사회서비스 분야의 대체복무를 허용하기로 한 것은 낙숫물이 모이고 쌓여 굳은 암반에 큰 구멍을 낸 것과 다름없습니다. 물론 그 낙숫물의 주력은 인권의 지평을 넓히려는 시민·사회 단체의 노력과 병역거부자들의 묵묵한 투쟁이었을 테지요.
정부 방침으로 모든 게 결론난 것은 아닙니다. 아직 고비는 많습니다. 보수 진영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데다, 정부 일정상 대체복무를 위한 법률 개정 작업이 내년에나 가능해 오는 12월의 대통령 선거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5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원론적인 태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럼에도, 평화를 신념으로 지키며 살 권리는 큰 장벽을 넘었고, 그 기세를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믿습니다.
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때까지, 또 아직 인정받지 못한 여러 국제적 권리들이 이 땅에서 인권으로 자리매김될 때까지 줄기찬 낙숫물이 되겠습니다. 고집스럽게 세상을 바꾸는 데 힘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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