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자유기고가 groove5@naver.com
파업[pa∂b] 명사. 罷業
하던 일을 중지함. 노동조합의 통제 아래 소속원 혹은 조합원이 집단적으로 노무 제공을 정지하는 쟁의 행위. 쟁의 행위 중 가장 순수한 형태를 띠며 가장 널리 행해진다. 헌법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노동쟁의조정법은 쟁위 행위의 합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노동운동이 일찍 발전된 영국에서도 초기에는 형사상 공모죄에 해당한다고 하여 파업이 금지됐지만 더 이상 손에 손을 잡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파업이 관성화되어 피로가 누적되면 파업에 파업이 오기도 한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9월7일 임금 및 단체협상안 잠정 타결을 이루며 10년 만에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냈다. 1987년 창립 이래 한 해를 제하고 매년 파업을 해온 현대차 노조가 이번엔 파업을 생략했다. “파업을 안 하면 음식값을 할인해주겠다”며 적극 말리고 나선 울산 시민이 있었다. 이미 올해 두 차례의 ‘정치적 파업’을 하면서 국민과 노조 내부에서 부정적 시선이 흘러나왔다. 파업의 과다 복용은 조심해야 한다. 여전히 파업이 유일한 비상식량인 사람들에게 파업의 순수성이 마비되는 일은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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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가 있었다. 1987년 인천 남동공단에서 노동조합 결성을 둘러싸고 일어난 노동자와 회사 간의 대결이 장산곶매가 제작한 16mm 독립영화 에 담겨 있다. 정부로부터 상영 금지 처분을 당한 뒤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 영화가 상영되면서 경찰이 투입되고 최루탄이 터졌지만 30만 명의 관객이 이 영화를 봤다. 파업이 지지를 얻은 시절이다. 어느덧 공장의 파업이 줄고 출산 파업, 취업 파업 같은 자포자기적인 인생 파업이 늘고 있다. 이 파업도 관성화되면서 피로가 쌓여가지만 무분규 타결을 하고 싶어도 협상 대상자가 누군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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