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그는 울먹이고 있었다. 를 들고 7년 만에 우리 곁에 돌아온 영화감독 심형래씨. 그는 한 방송사의 심야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고국 사람들의 매정함에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참 기나긴 시간이었다. 빨간 하이바를 쓰고 피아노줄에 매달린 에스퍼맨에서부터, 색동 한복 저고리에 머리에 땜통 가발을 뒤집어쓴 영구를 거쳐, 분명히 보긴 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전혀 기억에 없는 7년 전 용가리에 이르기까지. 그 숱한 실패와 좌절 속에서 심형래는 많이 꺾이고, 좌절하고, 울고, 웃었을 것이다. 학벌 위조와 영화 포스터를 둘러싼 표절 논란에도 지난 7년 동안 대한민국 어느 누가 심형래보다 더 뜨겁고 치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심형래 욕하지 말자, 그리고 영화 보고 말하자. 보고 형편없으면 그때 욕하자.
마크 트웨인이 했다는 말이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하나는 ‘거짓말’이고, 두 번째는 ‘새빨간 거짓말’이고, 세 번째는 ‘통계’다. 거기에 하나를 더해 네 가지 거짓말을 꼽아보자면 그것은 바로 ‘증권 기사’가 아닐까 싶다. 증권 기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기자는 출근 직후 증권사 애널리스트(보통 애널이라고 부른다)들이 보내온 ‘데일리’ 자료를 꼼꼼히 검토해 그날 기사 아이템을 뽑는다. “아, 이 종목이 오르겠군.” “아니야, 저 종목이 오를 거야.” A애널은 “오른다”고 말하고, B애널은 “떨어진다”고 말한다. 기자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 동향 그리고 전날 밤 부부싸움을 한 여파와 오늘 점심값을 대신 내줄 증권사 홍보실 직원과의 친소관계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 주가 추이를 예측한다. 오른다고 쓸 땐 A 얘기를 앞에 쓰고 B 얘기를 뒤에 쓰며, 떨어진다고 할 땐 그 반대로 하면 된다. 정말이냐고? 2천을 찍은 직후 이틀 동안의 폭락으로 시가총액 60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기에 심심해서 해보는 얘기다.
A는 ‘도둑놈’이었다,…고 한다. 아무도 그가 물건을 훔치는 현장을 본 것은 아니니까, 대충 ‘~고 한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넘어가보자. 그 사건 이후 A는 개심했고, 그를 알지 못하는 옆 마을로 이사가 신분을 숨긴 채 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고, 아이들의 학교에서 봉사활동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A의 ‘사돈의 팔촌의 친구’가 마을 이장 선거에 나서면서 일은 꼬이게 된다. 반대 후보 쪽에서 활동하던 A의 고향마을 친구는 “도둑놈을 사돈의 팔촌의 친구로 둔 사람을 마을 이장으로 뽑을 순 없다”고 침을 튀겼다. 아니,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흥분했다. A는 억울함을 이기지 못해 “이건 명예훼손”이라며 홧김에 친구를 검찰에 고소했다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까.” “그럼 사돈의 팔촌의 친구에게 누가 되는 것은 아닐까.” 흥분하던 우리의 A 꼬리를 내리고 고소를 취하하고 만다. 꼭 누구를 겨냥하고 하는 말은 아니니, 너무 흥분들 하지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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