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시사넌센스] 강사 이하, 여학생 성추행 금지?

등록 2007-07-06 00:00 수정 2020-05-03 04:25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아니, 우리 준코가!” ‘수업받던 교수에게 학점을 미끼로 성 상납을 강요받았다’는 사실을 고백한 한국외대 4학년생 일본 아가씨의 당돌함에 학교 당국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하루 만에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사건의 주인공인 외대 부설 한국어문화교육원 계약직 강사는 모가지가 잘렸다. ‘외대 나이스!’를 외치려는 순간 어라, 이건 뭐지? 잊혀졌던 그때 그 사건 한 토막. 1년 넘게 이어지는 외대 교직원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외대 보직교수 한 명이 여직원을 성추행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수를 경고 조처하라”는 결정을 내기에 이른다. 외대는 인권위 권고를 무시했고,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린 학생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강사 이하, 여학생 성추행 금지!” 준코 사태 이후 외대가 정한 새 학칙이다.

마복림 할머니가 울고 갈 일이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지만 이렇게 완벽히 ‘며느리도 모르게’일이 마무리될 줄은 몰랐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국민들을 울고 웃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마무리됐는데, 뭔가에 얻어맞은 듯한 찜찜한 느낌이다. 재협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공무원들뿐이다. 그것도 몇 안 된다. 1차 협상이 끝난 뒤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말은 “재협상은 절대 없다”에서 “추가 협상은 가능하다”로, 다시 “문안을 수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다채로운 변화를 보였다.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졸지에 구한말의 대원군으로 매도됐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1개 국책 연구소는 협상 타결 한 달도 안 돼 이번 협정으로 10년에 걸쳐 6%의 추가 성장 효과가 있다는 분석자료를 내놨다. 뭔 말인지 알아보기 힘든 그래프가 가득할 것이다. 자고로 세상 문제의 태반은 자신에게 역사적 소명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다. 온라인을 떠도는 실없는 농담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으로 외친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아이∼씨 피곤한데.” 그날 아침, 경북 문경시 공무원 홍길동씨는 짜증스런 얼굴로 눈을 떴을지도 모른다. 부조는? 국장급 30만원, 과장급 20만원! 직원들 10만원. 지침이 정해진 바는 없지만, 배춧잎 몇 장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옆자리 ‘김 주임’도 안다. 하필이면 왜 우리 시장은 시청 대회의실에서 딸내미 시집을 보내려고 안달이 났을까. 시장 사돈집의 연고는 부산과 서울에 있다던데. 짜증을 참으며 양복을 꺼내 입고 넥타이를 맨다. 시청에는 며칠 전부터 “6월24일은 시장 딸내미 결혼식”이라는 소문이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확실히 직원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결혼식이 열린 시청 대회의실은 시장과 눈도장을 찍으려는 지역 토호들로 넘쳐났고, 주차장에서는 한바탕 아귀다툼이 벌어졌다. “아, 씨바! 기분 찝찝하네.”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길동씨가 말했다. “온 김에 휴일근로 도장이나 찍어야지.” 너덜거리는 기분으로 사무실로 들어서는 자랑스런 우리의 길동씨!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