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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암살 위협을 느끼는 두 남자?

등록 2007-06-22 00:00 수정 2020-05-03 04:25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한번 밀알은 영원한 밀알이다. 그분이 1987년 재야에 뿌리신 밀알은 10년의 가혹한 겨울을 이기고 1997년 겨울 인동초(忍冬草)로 청와대에 피었다. 기나긴 간난고초의 시절에도 DJ 선생님에 대한 그분의 끈질긴 지지는 ‘중산층과 서민’에 대한 그분의 도저한 사랑만큼이나 한결같았다. 혹자는 김근태 그분을 비판적 지지의 핵심이라 비판했지만, 그분은 단지 대의를 지키는 일편단심 민들레 아니 밀알이었을 뿐이다. 2007년 밀알의 결단이 그분의 단심을 증명하지 않는가. 내가 안 되면 남이라도 밀어줘야 한다는 비판적 지지의 희생정신은 이렇게 ‘1987에서 2007까지’ 20년째 초지일관이다. 2007년에 뿌리신 밀알은 밀가루 같은 여권을 뭉치게 해 2007년 겨울에 꽃을 피울까. 역시나 아니 혹시나 2007년의 밀알이 10번의 겨울을 기다려 2017년에야 꽃을 피울까. 혹시나 겨울에 피는 장미로? 청와대 마당에.

능에 가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데.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보란 듯” 혁명열사릉에 가시겠다고 호언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도 있다. 하기야 능에 가는 것이 국민의 지지를 얻는 능사는 아니어도 민주노동당 후보가 되는 능사일 수는 있겠다. 능수능란하게 당내 선거를 좌지우지하는 분들의 표심을 잡을 수는 있으니. 물론 혁명열사릉을 능멸하는 자들의 작태를 모르는 바 아니나, 한나라당 후보가 박정희 생가에 가는 일이 ‘짱나는’ 일이듯 민주노동당 후보가 혁명열사릉에 가겠다는 것도 철 지난 퍼포먼스다. 차라리 남한의 대통령 후보니, 먼저 태릉에 가시거나 정릉에 가시는 건 어떨까 싶다. 가까운 서울엔 공릉도 있고, 경주와 공주엔 각종 왕릉도 있다. 이렇게 남한의 능들을 순회하고 시간이 남아서 혁명열사릉에 가신다면 굳이 말리진 않겠다. 사족으로 하나 더, 좌우를 불문한 아버지 놀이는 별로다. 오른쪽에서는 아버지 박정희를 진정한 나의 아버지로 모시기 위해서 친딸, 정신적 아들이 경쟁한다. 왼쪽에서도 굳이 어딘가에 참배하려고 용쓰는 아버지 놀이는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제가 세상에 무슨 죽을 죄를 지었다고 나를 죽이려고 세상이 이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누구의 말일까. 이명박 후보의 말 ‘같기도’ 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 ‘같기도’ 하다. 이렇게 지금 대한민국에는 자신을 죽이려는 검객들이 활보한다는 생각에 빠진 두 명의 사나이가 있다. 노무현 죽이기, 이명박 죽이기, 노무현의 이명박 죽이기, 하여튼 작금의 사태는 무언가 죽이기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에겐 보디가드가 필요한데, “노무현을 지키는 조직” 참평포럼이 청와대 경호실을 제치고 대표적인 경호조직으로 떠올랐다. 두 분은 ‘죽이기’에 시달리기 이전에 ‘마이 웨이’를 외치는 면에서도 비슷했다. 그래서 최진 고려대 교수는 이명박 후보에 대해 ‘노무현 리더십의 오버랩 현상’을 지적했다. 두 분이 가리키는 달은 언제나 다른데, 가리키는 손가락은… 때때로 구분이 안 된다. 노무현 손가락 같기도 하고, 이명박 손가락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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