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glee@hani.co.kr
“손님 맞을래요?”
난데없이 ‘용팔이’가 되살아났다. 20년 전 정치깡패로 악명을 떨쳤던 그 용팔이는 아니다. 용산 지역에서 바가지요금과 호객 행위로 꾸준히 누리꾼들 사이에서 비난의 대상이었던 용팔이가 주인공이다. 한 방송사의 기자가 손님으로 가장해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매장 직원이 “손님 맞을래요?”라는 용팔이식 협박을 했고 이 장면이 방송에 그대로 나갔기 때문이다. 뉴스가 나오자 누리세상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과거에도 패러디의 소재가 됐던 용팔이는 다시 한 번 필수 요소의 영광(?)을 얻었고, 묵혀져 있던 패러디물도 계속 퍼날라졌다. 보복폭행으로 화제가 된 김승연 한화 회장에 빗대 “오늘 전기 맛 좀 볼래”라는 패러디까지 나왔다. 용팔이의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다. 특히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고 가격이 가게마다 다른 전자제품의 경우 이런 용팔이식 판매 행태가 꾸준히 있어왔다. 용산전자상가의 ‘용팔이’, 테크노마트의 ‘테팔이’, 남대문상가의 ‘남팔이’란 말도 쓰인 지 꽤 오래됐다. 과거 소니와 아이와의 휴대용 녹음기가 유행하던 1990년대 초부터 용팔이들은 악명을 떨쳤다.
90년대 초 그들의 수법은 이랬다. “소니 워크맨 사러 왔는데요.” “찾으시는 모델 있어요?” 일단 여기서 1차 ‘간보기’가 시작된다. 사전 준비로 모델 넘버를 외우고 왔다면 터무니없는 바가지는 면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버벅된다면 그때부터 무차별 공격이 시작된다. “이거 한번 보세요. 잘 나가는 거예요.” “처음 보는 건데요.” “손님 잘 모르시네, 최신 제품이에요.” 이런 식으로 마진폭이 큰 다른 제품을 권하기 시작한다. 구매를 하게 되면 더 가관이다. “배터리, 충전기, 이어폰 다 별도 구매인 거 아시죠?” 순진한 소비자는 전문상가에서 엄청난 바가지를 뒤집어쓰고 돌아갔다.
90년대식의 수법은 오래 계속된다. 대상이 ‘워크맨’에서 ‘디카’로 옮겨온 게 변화라면 변화다. 주로 제품을 잘 모르는 여성들과 중·고등학생들이 먹잇감이다. 설사 카메라 본체의 가격을 낮게 불렀다 하더라도 충전기, 배터리, 메모리카드, 카드 리더기들을 그야말로 뻥튀기 가격에 떠안긴다.
누리꾼들은 이런 수법을 패러디한 ‘용산에 햄버거 가게가 생긴다면’이라는 패러디물도 만들어냈다. “새로 나온 김치버거 세트 얼마에요?”라고 묻는 순진한 소녀에게 결국엔 새우버거와 콜라, 감자튀김, 케첩, 빨대까지 8800원에 파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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