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인터넷 스타] 감동의 코보드

등록 2007-05-11 00:00 수정 2020-05-03 04:24

▣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glee@hani.co.kr

‘코보드’ 연주 들어보셨나요?
몸이 ‘멀쩡한’ 비장애인들에게도 악기를 하나 연주한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처럼 오랜 기간 배우는 ‘악기’ 말고도 10대 때 기타를 배우느라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허물이 벗겨져본 경험이 있으면 이를 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그 소리가 완전하지 못하더라도 감동은 갑절이다. 장애인 악기 연주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악기 연주는 주로 손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청각과 촉각이 예민한 시각장애인들의 활동이 많았다. 하모니카 연주자로 이름을 널리 알린 전제덕씨도 시각장애인이다.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악기 연주이다 보니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들의 설 땅이 좁았다.

그래서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씨의 연주가 더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두 팔을 아예 쓸 수 없는 장애인이 키보드 연주를 한다면 어떨까?

두 팔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엄일섭(44)씨의 연주 수단은 바로 ‘코’다. 엄씨는 생후 8개월 때 뇌성마비에 걸렸다. 1989년 처음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엄씨는 이후 집을 떠나 밀알캠프와 소망의 집 등에서 생활했다. 93년 처음 키보드를 배우기 시작해 해외와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연주를 선보였다. 불편한 몸으로 2003년에는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해 올 2월 국내 한 사이버대학의 사회복지과를 졸업했다.

누리꾼들은 코로 연주하는 그에게 ‘코보드’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엄씨가 코로 연주하는 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연주가 주는 감동도 있지만, “저도 이렇게 할 수 있는데 여러분은 저보다 훨씬 나은 몸을 가지고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여러분은 어떤 일도 할 수 있습니다. 힘네세요!”라고 엄씨가 코로 타자한 글에 많은 누리꾼들이 감동하고 있다.

누리꾼 ‘thanks’는 “불만밖에 없고 포기를 잘하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용기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감동의 마음을 전했고, 송지은씨는 “불만 가득하게 지내던 요즘, 일섭님 동영상을 보고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몸 불편한 곳 없는 사람들이 몸이 불편한 분들을 도우며 살아야 하는 세상인데 반대인 것 같아요. 부끄럽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엄씨의 미니홈피(http://www.cyworld.com/um3838) 방명록도 수많은 누리꾼들의 응원글로 채워져 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