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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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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 불명’ 윤석열의 최후는

출석요구서 수령 거부, 심판 절차 지연 전략
법적·정치적 책임 피할 땐 탄핵사유 포함될 수도
등록 2024-12-20 20:17 수정 2024-12-21 14:44
2024년 12월17일 비상계엄 사태 관련 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의 헌법전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2024년 12월17일 비상계엄 사태 관련 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의 헌법전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12·3 내란사태의 우두머리인 대통령 윤석열이 2024년 12월7일 국회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한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그는 수사(법적 책임)와 탄핵(정치적 책임) 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작 수사가 진행되자 대통령 윤석열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과 출석 요청을 모두 묵살하고 나섰다.

체포영장 청구할까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12월17일 대통령 윤석열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전달되지 않았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로 구성된 공조본이 보낸 요구서에는 “18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 안 공수처 청사로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내용이 적혔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관리하는 경호처는 “우리 업무 소관이 아니다”라며 출석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았다. 공조본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에도 같은 문서를 보냈지만 비서실 역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는 것은 비서실 업무가 아니다”라며 수령을 거부했다. 앞서 12월16일에도 공조본이 대통령실과 관저에 수사관을 보내 직접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같은 이유로 문서를 받지 않았다.

특별수사본부를 운영했던 검찰도 12월11일 대통령 윤석열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 “12월1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했지만 “변호인단이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12월16일 재차 요구서를 보내 “12월21일 출석하라”고 했지만, 12월18일 검찰이 대통령 윤석열과 관련된 수사는 공수처로 이첩하기로 결정해 출석 일정은 추후 공조본에서 다시 결정할 전망이다.

대통령 윤석열은 압수수색 절차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공조본은 12월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가 저지하면서 8시간 만에 철수했다. 공조본은 대통령경호처의 서버를 확보해 계엄 당일 대통령 윤석열과 경찰청장 조지호가 비화폰(보안 휴대전화)으로 나눈 대화를 확인하고, 내란을 지시한 윤석열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압수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경호처는 “군사상 기밀, 공무상 등의 이유로 압수수색(서버 압수수색) 영장에 협조할 수 없다”며 맞섰다. 앞서 12월11일에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섰으나 역시 경호처의 반발로 8시간 대치한 끝에 일부 자료를 임의제출 받고 돌아서야 했다.

문제는 이렇게 대통령 윤석열이 압수수색과 출석 요구를 계속해서 무시하는 사이 12·3 내란사태를 기획한 핵심 증거들이 인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결국 수사기관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와 강제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출석 요구를 세 차례 무시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공조본 관계자는 한겨레21에 “대통령실이 임의로 제출한 자료들은 수사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추가로 증거물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출석 요구와 압수수색을 거부하면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서 수사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헌문란 명령은 이미 명백

전직 검찰총장이었던 대통령 윤석열이 수사기관의 법 집행에 일절 응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기획한 12·3 내란사태 자체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변호인단 구성을 돕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12월1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형법상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석 변호사는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폭동이라는 요소도 없었다”며 “법적 절차를 따르겠다는 생각은 분명하지만, 대통령이 오란다고 가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석 변호사의 이런 설명은 대통령 윤석열이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미 밝힌 내용이다. 윤석열은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었다며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를 나라를 망치려는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우리 헌법과 법체계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은 자신의 주장이 “사법부의 판례와 헌법학계의 다수 의견”이라고도 했으나, 일부 자신에게 우호적인 소수 전문가들의 의견에 매몰돼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을 비롯해 경찰청장 조지호 등 대통령 윤석열의 명령을 받아 비상계엄을 실행에 옮겼던 주요 군경 관계자들이 모두 수사받고 있고, 이들이 진술하는 내용은 일관되게 “내란 우두머리는 윤석열”이라는 명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경찰청장 조지호는 경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후 여섯 차례 전화해 ‘국회의원 체포 명령’을 내렸다”고 진술했고, 곽종근 특수전사령관도 국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대통령 윤석열이 직접 국헌문란을 명령한 것이 이미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다.

헌법 수호 의지 부족한 행태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대통령 윤석열의 행태는 앞서 탄핵을 겪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이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이 수사 자료 확보를 위해 2017년 2월2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끝내 압수수색을 하지 못했다. 당시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던 황교안 전 권한대행에게 공문을 보내 압수수색 허가를 요청했으나 황 전 대행은 이를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권 차원이었지만, 당시 헌법재판소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을 주요한 ‘탄핵사유’로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문(2016헌나1)을 보면 “피청구인(박근혜)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고 쓰여 있다. 대통령 윤석열의 상황에 견줘보면 “법적, 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대국민 담화에서 밝혀놓고 현장에서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소환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것은 헌법적 가치를 지키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종수 교수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박근혜 탄핵 결정을 통해서 대통령이 불소추 대상은 맞지만, 수사 대상은 될 수 있다고 정리가 된 셈”이라며 “증거법 관점에서 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형사사건 증거가 희미해지기 때문에 아무리 대통령이라 해도 수사에는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2024년 12월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한 헌재재판관들. 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형두, 정형식 재판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4년 12월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한 헌재재판관들. 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형두, 정형식 재판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심판 절차 지연하려 안간힘

대통령 윤석열은 헌재의 탄핵 심판 절차와 관련해서도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

헌재는 대통령에 대해 입증계획, 증거목록, 계엄포고령 1호,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을 12월24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지만 수취 거부됐다고 밝혔다. 대통령 윤석열은 변호인단 구성을 돕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를 통해 탄핵 심판 절차에는 충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민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권한만 정지됐을 뿐, 엄연히 대통령”이라며 “법 절차를 따르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헌재) 공개변론이 언제 열릴지는 모르지만 법정에서 당당하게 소신껏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윤석열은 현재 헌법재판관 3명이 공석으로 6명이 모두 탄핵소추안 인용에 동의해야만 최종 탄핵 결정에 이를 수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 한 명은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대통령 윤석열의 시나리오에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적극 협력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월17일 “지금은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직무정지 상황이기 때문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을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 충원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헌재는 12월17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에 관련해서는 예전에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가 있다”며 재판관 임명을 촉구했지만, 국민의힘은 12월23일부터 열리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도 불참할 예정이다.

궁지에 몰린 내란 수괴 대통령 윤석열의 비빌 언덕이 결국 여당 내 지지 세력과 일부 (검찰 출신 또는 동기) 법조인인 셈이다. 이들과 함께 비상계엄 지시 증거를 인멸하고, 소추된 탄핵안을 기각해야 하는 대통령 윤석열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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