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비밀[bimil] 秘密 명사. 영어 secret
비밀의 한자는 숨길 비(秘)자와 빽빽할 밀(密)자다. 두 자 모두 산속 깊은 곳에 신을 모시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산에 사당을 만들어놓고 신을 모시는 것처럼 은밀하다는 뜻이다. 비밀의 영어인 secret는 ‘갈라놓다’(set apart)는 뜻을 지닌 라틴어 secretus에서 유래했다.

다른 이들에게 숨겨야 하는 정보는 비밀이라는 상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사람들과 세상으로부터 격리되는 속성을 띠게 된다. 비밀 상자의 자물쇠를 채우는 주문은 다음과 같다. 검지를 입술에 대고 한쪽 눈을 찡긋하면서 외치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탤런트 하희라가 하이틴 스타였던 시절부터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비법이다. 비밀은 자물쇠가 채워지는 순간, 사람들과 세상으로부터 격리되는 속성을 갖게 된다. 비밀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과 밝혀지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내용. 전자는 비밀이라는 상자에 넣어두고 아무도 몰라야 한다는 의미고 후자는 비밀이라는 상자에서 어떻게든 꺼내야 한다는 의미다.
‘비밀 연인’이었던 한 남자 탤런트와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관계가 세상에 드러났다. 유흥업소 여종업원이라는 이유로 여자친구의 존재를 알릴 수 없었던 남자 탤런트의 비밀은 결국 이들의 관계를 갈라놓았고,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비밀 상자에 들어 있던 이들의 얘기는 여종업원의 자살과 함께 기사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남자 탤런트를 비난했고 언론은 연일 이들의 비밀 상자를 열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미국 금융회사들의 국내 지점이 갖고 있는 고객정보를 미국 본점 등에서 가공·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라는 정부의 ‘비밀 문서’도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정부는 고객들의 개인 정보와 영업 비밀이 유출될 우려가 농후한 이런 방침을 비밀로 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기 때문에 상자에 넣어둬야 할 비밀과 하늘 아래 비밀은 없기 때문에 꺼내야 할 비밀, 지켜야 할 비밀과 풀어야 할 비밀을 구별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반구대병원 “환자 85.7% 전원 계획”…‘폐쇄병동 돌려막기’ 우려 [단독] 반구대병원 “환자 85.7% 전원 계획”…‘폐쇄병동 돌려막기’ 우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828/53_17878837463927_20260828501050.jpg)
[단독] 반구대병원 “환자 85.7% 전원 계획”…‘폐쇄병동 돌려막기’ 우려

소방서 구내식당서 ‘찬 흰죽’ 왜?…“8월29일 국가적 치욕 기억해야”

“국회 ‘백골단’ 몰고 온” 김민전…박근혜 만난 뒤 “윤석열도 보고 싶어”

논란의 기초연금 개편안…저소득층 5만원 더, 기존 수급자도 감액 가능

“690g 이른둥이 진료비 2억원 넘는데…국민 도움 덕분”

12년 전, 이미 네팔 ‘빙하 홍수’ 내다본 EBS…260만뷰 폭발
‘이 대통령 지지’ 시나위 신대철에 “양아치가 양아치를”…대법 “모욕죄 아냐”

전한길 “구독료 주시면 김현태 장군님 가족 부양”…법정구속 특집 유튜브

중앙일보 이어 “JTBC도 매각”…중앙그룹 언론사 모두 새 주인 찾나

녹아내리는 ‘제3의 극지’…네팔 히말라야 참사가 드러낸 ‘기후 불평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