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그 기사 제목을 본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명문여대 출신 성매매 업소 적발’(!) 우리나라에는 서울에만 30개의 경찰서가 있고, 전국에는 수백 개의 경찰서가 있다. 그 경찰서에서 하루에 잡아들이는 수천 명의 잡범들 가운데 기자들의 눈에 띄어 보도되는 영예를 누리게 되는 사건은 열 손가락에 꼽을까 말까다. ‘경찰 관계자’로 다음날 조간신문에 이름 한 줄 걸쳐 어떻게라도 청장님 눈에 띄어야 하는 우리의 경찰 형님들, 배우는 것은 뻥튀기요 느는 것은 섹시하게 제목 뽑는 법이다. 성매매 여성들 가운데 명문대 출신 여성이 하나 들어 있다는 이유로 “성매매 업소를 단속했다”는 단순한 잡사건은 수컷들의 관음증을 유발하는 주요 뉴스로 거듭나고 말았다. 근데, 궁금하다. 잠시 망설이다 참지 못하고 서초서 출입하는 후배 기자에게 전화 걸고 말았다. “야! 근데 걔 왜 그랬대냐!”
그것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한 편의 비극이었다. 12월15일 법무부 직원은 귀화 적격 필기시험장에서 허둥대던 30대 여성을 발견했다. 그 여성은 시험지에 이름을 적지 못하고 허둥대다 직원에게 “이름 적으세요”라고 지적을 받게 된다. 이후 둘 사이에 이뤄진 대화 내용을 재구성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아줌마 뭐예요?” “그게요. 저희 남편이 한국말을 제대로 못해서 제가 대신 그만….” “그럼 대리시험을 봤다는 말씀이세요?” 여성은 법무부 직원에게 붙들려 고사장 앞까지 따라왔던 남편(44)과 손잡고 경찰로 인계됐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려는데, 관련 기사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나는 게 아닌가. “남편 지씨는 국적회복 허가를 받은 아버지의 초청으로 지난해 3월 입국해 우리나라 국적을 얻기 위해 특별귀화를 신청했으나 올해 8월과 10월 열린 두 차례의 필기시험에 모두 떨어졌다.” 그럼 재중동포였다는 말 아닌가. 어차피 같은 핏줄인데, 애국가 1절 외우라는 것은 너무 야박하다.
전국을 화끈 달아오르게 만든 반값 아파트 공약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한국토지공사 임직원들이었다. 아파트값은 크게 땅값과 그 위에 건물을 짓는 건축비로 나뉘는데, ‘반값 아파트’는 이 가운데 땅은 공공기관이 팔아먹는 대신 장기 임대하고 건축비만 받는 아파트를 뜻한다. “이러다 밥줄 끊어지는 것 아닌가!” 택지개발촉진법이라는 무시무시한 법을 앞세워 전 국토를 난도질해 ‘배를 불려온’ 토지공사 앞에 불똥이 떨어졌다. 참다 못한 토공 산하 연구소의 한 연구원 “반값 아파트는 수요자에게 좋지 않다”는 분위기 파악 전혀 못하는 과감한 보고서를 작성해 파문을 낳았다. 험악하게 돌아가는 분위기 파악하신 우리의 토공 “그것은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납작 엎드리셨다. 땅 팔아 노나던 시절 끝나려니 당황하신 기분은 이해하는데,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그만하면 그동안 마이 먹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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