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glee@news.hani.co.kr
지난 11월11일, 이른바 ‘빼빼로 데이’를 맞아 누리 세상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한 누리꾼이 게시판에 올린 끔찍한 모양의 빼빼로 사진이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다. “선물용으로 10만원어치의 많은 양을 구매하고 여러 사람에게 나눠줬는데 모두 변질된 상태였다”고 주장하는 이 누리꾼은 싸이월드 ‘광장’에 문제의 빼빼로를 제조한 ㄹ제과를 비난하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접사’로 촬영된 이 빼빼로의 모습은 많은 누리꾼들을 자극했다. 곰팡이가 낀 것처럼 하얗게 변색되고 달 표면처럼 울퉁불퉁하게 변한 빼빼로의 모습은 혐오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조회 수는 5천 회를 넘었고 퍼나른 횟수도 170회가 넘었다. 문제를 제기한 누리꾼은 ㄹ제과가 “성의 없는 자세로 미안하다는 사과도 없이 단지 교환하라는 등 형식적인 반응이었다”며 “심지어 해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항의글을 지우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안 그래도 연인의 눈길에 밀려, ‘빼빼로 데이’의 상혼에 울며 겨자 먹기로 빼빼로를 구입했던 소비자들에게 ‘딱’ 걸렸다. 누리꾼들은 앞다퉈 댓글을 달아 ㄹ제과를 성토하기 시작했고, 싸이 광장 ‘댓글 많이 달린 이슈공감’에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누리꾼 김미정씨는 “나도 재작년에 똑같은 경우를 당했다”며 “가만있지 말고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라”고 분노했다.
왜 빼빼로는 이렇게 변신했을까? 원인은 잦은 온도 변화에 따른 초콜릿의 ‘블루밍’(Blooming) 현상으로 밝혀졌다. 초콜릿의 블루밍은 온도 변화에 따라 초콜릿이 녹았다 굳었다 하면서 표면이 하얘지고 울퉁불퉁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먹어도 인체에는 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ㄹ제과 홍보팀의 관계자는 “제조 과정에는 이상이 없다”며 “동네 슈퍼마켓 등 국내 소매점들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초콜릿 제품의 블루밍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또한 “홈페이지의 글을 지운 적은 없으며,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와 원만한 합의를 끝냈다”고 밝혔다.
소동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ㄹ제과 홈페이지에는 빼빼로 데이를 맞이해 민원성 글이 많이 올라왔다. “빼빼로 맛이 변했다” “양이 줄었다”라는 투정은 애교 수준이다. 상당수 누리꾼들은 ‘농민의 날’의 의미를 퇴색시킨 빼빼로 데이의 상업성을 비난했다. 누리꾼 yun7272k는 “모두들 11월11일이 농민의 날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며 “빼빼로를 담는 통 아래켠에 ‘11월11일은 농민의 날입니다. 농민들의 수고로움을 잊지 맙시다’라는 문구를 적자”는 한마디를 남겼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명태균, 용산 지시 받아 ‘비선 여의도연구원’ 구상”
“‘윤·건희’ 정권 탄핵, 윤 임기 채울 자격 없어”…대학생 용산 집회
외신 “김건희, 윤 대통령의 시한폭탄…정권 생존 위태로울 수도”
“전쟁이 온다” [신영전 칼럼]
이라크까지 떠나간 ‘세월호 잠수사’ 한재명의 안타까운 죽음
“반장도 못하면 그만둬요”…윤 탄핵 집회 초등학생의 일침
[단독] 강혜경 “명태균, 사익 채우려 김영선 고리로 국회입법 시도”
해리스 오차범위 내 ‘우위’…‘신뢰도 1위’ NYT 마지막 조사 결과
“보이저, 일어나!”…동면하던 ‘보이저 1호’ 43년 만에 깨웠다
한동훈 어딨나?…윤 대통령 ‘공천개입’ 육성 공개 뒤 안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