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감기[gamgi] 명사.
코가 막히고 열이 나며 머리가 아프면 ‘걸렸구나’ 생각된다. 우리말인 ‘고뿔’은 ‘코’에 ‘불’이 붙은 것으로 코에 불이 난 듯하다는 데서 유래했다. 일단 걸리면 첫 증상으로 코가 간질간질하다가 콧물이 흐르니 대표기관으로 ‘코’를 선택한 것은 탁월한 식견이다. 불이 나는 거야 재채기를 해댈 때야 느끼게 되지만. 한자어인 감기는 한방의 해석에서 나온 것으로 ‘기(氣)가 감염(感染)됐다’는 뜻이다. 이는 감기가 전염병이라는 것으로 확대해석할 수 있는 여지까지 안고 있는 과학적인 선택. 영어에서 감기는 ‘cold’인데, ‘catch a cold’ 형태로 주로 쓰인다고 한다(써본 적은 없다). ‘추위’란 뜻이 감기로 수렴된 경우다. 원인까지 밝힌 일면 과학적 용어지만 이후 무시무시하게 비상식적인 용어가 되었다. 추위가 원인은 아니라는 거. 그리고 1968년부터 겨울에 주로 나타나는 유행성 감기를 ‘flu’로 구분해 쓰게 됐다는 거. ‘flu’는 ‘cold’의 자리를 빼앗았고, 어쩌다가 ‘flu’의 우리말 해석이 된 ‘독감’은 감기로부터의 독립을 외치고 있다.
독감은 국어사전(국립연구원)에 ‘독한 감기’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요즘에 이렇게 말하면 비상식적인 사람이 된다. 감기는 바이러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완전히’ 다른 것이며, 증상 또한 독감은 감기의 ‘가벼운’ 것에 더해 ‘열, 심한 근육통 등의 전신 증상, 소화불량과 같은 위장관 증상, 후유증으로 경련, 혼수상태, 급성기관지염, 폐렴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 사망’까지 한다는 것. 비상식적이지만 일반인이 보기에 “독감은 참 심한 감기구나” 싶다. 특히 병원에서 감기와 독감은 바이러스를 배양해서 길러보지 않는 한 증상만으로는 잘 알지 못한다. 인플루엔자가 유행성이 강하므로 감기가 유행일 때 오는 감기 환자는 독감 환자가 된다. 이러한 무 자르는 듯한 구분의 피해자는 환자다. 머리가 아프긴 한데, 근육통은 없고, 열은 나는 것 같고, 감기라고 해야 하나, 독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약국 가고 말까, 병원에 갈까. “걸렸구나” 생각되면 그냥 병원 갔다가 편히 쉬시라(아니 그냥 편히 쉬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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