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전 편집장 k21@hani.co.kr
“그 잡지가 될까?”
1994년 1월1일로 정확히 기억납니다. 그날 눈 내린 북한산을 친구들과 올랐습니다. 아침에 읽은 한겨레신문 1면 알림기사가 단연 화제에 올랐습니다. 한겨레신문이 시사주간지를 창간한다고 발표했는데, 과연 성공할 것인지였습니다. “잘될 거다” “분명히 망한다” 따위의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그저 남의 이야기였을 뿐입니다.
그 시사주간지가 제 청춘과 운명을 지배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뜻밖에도 한 달 뒤 저는 이라는 시사주간지 창간준비팀에 합류했습니다. 스물일곱 살의 막내 기자였습니다. 그리고 12년8개월이 흘렀습니다. 저는 이제 전혀 다른 곳에서 혼자 중얼거립니다. “새 잡지가 잘될까?”
며칠 전 누군가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제목을 ‘한겨레21 고경태입니다’로 달았습니다. 언제나처럼 무심코 그랬습니다. ‘보내기’ 단추를 누르자마자 뭔가 불편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맞아, 나 이제 아니잖아?” 그렇습니다. 1년6개월간의 편집장 생활을 마지막으로 을 떠납니다. 한겨레신문사는 저에게 새로운 미션을 요구했습니다. ‘편집국 주말판 준비팀장’입니다. 독자의 주말을 위해 잡지 같은 신문을 준비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합니다. 안개 휩싸인 언덕길에 혼자 버려진 듯한 충격도 컸지만, 새로운 드라마의 주역이 된다는 설렘도 없지 않습니다. 편집장의 바통은 얼마 전까지 정치팀장을 맡아온 정재권 기자가 받습니다. 그 역시 창간 멤버입니다. 또 다른 변화를 기대합니다.
돌이켜보면 희비의 쌍곡선이었습니다, 는 식의 회고담은 읊지 않겠습니다(대신 제가 편집장 시절 만든 표지를 보여드립니다). 나름대로 치열했던 제 자신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투박하기보다는 세련되게, 엄숙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앙앙거리기보다는 쿨하게 을 꾸며보고자 했습니다. 1년 전 지면 개편 때에도 밝힌 바 있지만, 꼰대가 아닌 친구 같은 언론이 되고자 했습니다. 진정성과 선정성이라는 양날의 날개로 독자들을 향기롭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유능한 기자들과 여러분의 도움으로 ‘기본’은 했다고 자부합니다. 더 폼나게, 더 쌈빡하게, 더 전복적으로 만들지 못해 때때로 스스로를 비하했지만 말입니다.
어디에 가든 당당하고 색깔 있는 언론인이 되겠습니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놈이 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과분한 사랑을 주신 독자 여러분께 큰절을 올립니다. 의 보도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께는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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